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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다른 살인범을 가리켰다”…앨라배마 34년 전 살인사건 뒤집히나

몽고메리 여성 살해 혐의로 한 명은 사형수·한 명은 24년 복역…현장 DNA는 두 사람 모두와 불일치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by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8월 10, 2026
in AL/로컬/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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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다른 살인범을 가리켰다”…앨라배마 34년 전 살인사건 뒤집히나

34년 전 앨라배마 몽고메리에서 발생한 여성 살인사건이 새로운 DNA 검사 결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당시 사건으로 한 남성은 사형을 선고받아 지금까지 사형수로 수감돼 있고 또 다른 남성도 24년을 복역했지만, 범행 현장에서 확보된 핵심 DNA가 두 사람 모두가 아닌 다른 살인사건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남성과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앨닷컴에 따르면 사건은 1992년 3월 몽고메리 치솜 지역 맨리 드라이브에 살던 당시 40세 여성 델마 로버츠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로버츠는 심하게 구타당하고 거의 12차례에 걸쳐 흉기에 찔렸으며 성폭행까지 당한 상태였다. 일부 상처는 칼이 등을 관통할 정도로 깊었다.

범인은 시신 주변에 여러 차례 불을 지르려 한 흔적도 남겼으며 흉기는 로버츠의 몸에 꽂힌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후 몽고메리의 한 쇼핑몰 뒤에서 생활하던 젊은 노숙인 크리스토퍼 바버와 크리스토퍼 헤스터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바버는 경찰의 반복적인 조사 끝에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헤스터와 또 다른 소년이 로버츠의 집에 들어갔고 헤스터가 로버츠를 성폭행한 뒤 자신이 부엌에서 칼을 가져와 로버츠를 찔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바버는 곧 자백을 번복했지만 배심원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바버는 1993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헤스터는 이후 감형을 조건으로 유죄를 인정하고 24년을 복역했다.

이 사건은 그렇게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DNA였다.

당시 초보적인 수준의 DNA 검사에서도 로버츠의 몸에서 발견된 정액이 헤스터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더구나 바버를 살인 현장과 직접 연결하는 물리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검찰은 바버의 최초 자백을 핵심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아냈고, 이 사건의 공식적인 범행 구도는 30년 넘게 유지됐다.

바버 측 변호인들은 남아 있던 DNA 증거를 새로운 기술로 다시 검사해 달라고 20년 이상 요구했다.

2021년 연방법원이 마침내 재검사를 허용하면서 사건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사 결과 현장에서 나온 DNA는 바버도 헤스터도 아니었다.

DNA가 가리킨 인물은 사건 당시 로버츠의 집 바로 건너편에 살았던 16세 소년 제리 타이론 잭슨이었다.

잭슨은 로버츠의 아들과 가까운 친구이기도 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잭슨이 현재 전혀 다른 여성 살인사건으로 앨라배마 교도소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1992년 사건 당시 정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로버츠가 살해된 날 밤 그의 10대 자녀들은 인근 친구 집에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잭슨도 그곳에 있었던 것으로 법정 증언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잭슨은 파티 도중 자리를 떠났다가 밤늦게 또는 새벽에 다시 돌아왔다.

당시 함께 있던 청소년들은 잭슨이 돌아왔을 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한 참석자는 법정에서 잭슨이 몸을 떨면서 담배를 달라고 했고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다음 날 아침 로버츠의 자녀들이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도 잭슨은 이들과 함께 있었다.

경찰이 도착했을 당시 그는 집 앞마당에 있던 사람 가운데 한 명으로 기록돼 있었다.

로버츠의 아들은 수십 년 뒤 법정에서 사건 전 잭슨이 자신에게 “네 엄마를 가질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도 증언했다. 당시에는 친구의 농담 정도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992년 경찰 수사는 잭슨에게 집중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후 잭슨을 만나려고 했지만 그가 이미 일하러 갔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당시 작성된 수사 기록에서는 이후 그를 다시 조사하려 했다는 뚜렷한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앨닷컴은 전했다.

그리고 9년 뒤 잭슨의 이름은 또 다른 끔찍한 살인사건에 등장한다.

2001년 앨라배마 북부 플로렌스에서 당시 24세였던 모니크 본이 자신의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본은 머리를 심하게 구타당하고 무려 27차례 흉기에 찔린 상태였다. 집 안 곳곳에는 혈흔이 남아 있었으며, 방에 있던 어린 자녀는 다치지 않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에 살던 잭슨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사건 직후 잭슨은 흉기에 찔린 상처를 입고 피투성이 상태로 병원에 나타났으며, 이후 자신이 사건 당일 본의 집에 갔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검찰은 본이 잭슨의 성적 접근을 거부하자 잭슨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잭슨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사형 대신 종신형을 선택했다.

그 잭슨의 DNA가 20여 년 뒤 1992년 로버츠 살인사건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 것이다.

그러나 앨라배마 당국은 지금까지 잭슨을 로버츠 살인 또는 성폭행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형수 바버의 유죄 판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앨라배마주 측은 한때 당시 16세였던 잭슨과 40세 로버츠가 사건 당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 바버와 헤스터 등이 로버츠를 살해했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사건을 담당한 연방법원 판사는 이 같은 설명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후 주 정부 측은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바버가 30여 년 전 공범을 잘못 지목했으며 실제로는 잭슨과 함께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잭슨이 로버츠를 성폭행하고 바버가 살해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즉 당시 성폭행범을 잘못 특정했을 수는 있지만 살인범 바버에 대한 유죄 판결 자체는 옳다는 것이 앨라배마주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몽고메리 카운티 지방검찰청은 현재 잭슨을 로버츠 사건의 살인이나 성폭행 혐의로 수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의 기소 권한이 앨라배마주 법무장관실에 있다며 관련 질문을 주 법무장관실로 넘겼지만, 법무장관실은 앨닷컴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잭슨 역시 사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DNA 결과가 나온 뒤 검찰과 바버 측 변호인들이 잭슨을 만나려 했지만 그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묵비권을 행사했다.

로버츠와 그 가족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도 수정헌법 제5조에 따른 진술거부권을 반복적으로 행사했다.

연방법원은 잭슨을 이번 사건의 중요한 증인으로 판단하고 별도의 변호사까지 지정했다. 법원은 잭슨이 이 사건으로 추가적인 자유 박탈, 즉 새로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사형수 바버에게는 이미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에밀리 마크스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지난해 바버에게 새로운 재판을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사형수가 실제 무죄 가능성을 주장하며 재심 기회를 얻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앨라배마주 법무장관실은 즉각 항소했고 현재 제11연방항소법원에서 새 재판을 막기 위한 법적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앨라배마 검찰은 최근 법원 서류에서 DNA 검사 결과 외에는 잭슨이 로버츠 살인에 관여했다는 실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방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마크스 판사는 새로운 DNA 증거까지 제시된 상황이라면 합리적인 배심원단이 바버에게 다시 유죄를 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30년 넘게 사형수로 수감된 남성, 이미 24년을 복역한 또 다른 남성, 그리고 범행 현장의 유일한 DNA와 일치하면서도 다른 살인사건으로 종신형을 살고 있는 세 번째 남성.

1992년 ‘종결된 사건’으로 여겨졌던 몽고메리 델마 로버츠 살인사건이 DNA 하나로 34년 만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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