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멕시코 국경을 따라 약 2000㎞가 넘는 장벽을 추가로 건설하거나 교체하는 대규모 국경 통제 사업에 나섰다. 불법 월경 적발 건수가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약 66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경 장벽을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 자료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남서부 국경에서 최소 1200마일, 약 1930㎞ 이상의 1·2차 장벽을 신설하거나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이번 사업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추진했던 국경 장벽보다 훨씬 큰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미국과 멕시코 국경 전체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완공된 구간은 약 737㎞였다. 이 가운데 81%는 기존 장벽을 교체한 것이었고, 장벽이 없던 지역에 새로 건설한 구간은 약 140㎞에 그쳤다.
그러나 2기 행정부에서는 국경 장벽 건설에 막대한 별도 예산까지 확보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대규모 감세·지출법을 통해 국경 장벽과 관련 기반시설 구축에 465억5000만달러, 우리 돈 약 65조9000억원을 배정했다.
예산은 철제 장벽뿐 아니라 2차 장벽과 수상 장벽, 순찰도로, 감시카메라, 조명과 각종 감지센서 등을 구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사업 집행 시한은 2029년 9월 말까지다.
세관국경보호국이 공개한 ‘스마트 월’ 계획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1차 장벽은 약 2284㎞, 2차 장벽은 약 1139㎞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당시 설치돼 있던 장벽과 비교하면 앞으로 새로 건설하거나 교체해야 할 장벽 규모가 모두 약 2253㎞에 이르는 셈이다.
현재 텍사스와 뉴멕시코,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4개 주에서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미 330억달러, 약 46조7000억원 이상의 계약이 체결됐다.
새로운 국경 통제망은 단순히 높은 철제 장벽을 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감시장비를 결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1차 장벽은 일반적으로 높이 약 5.5~9.1m의 철제 구조물로 건설되며 일부 구간에는 추가로 2차 장벽을 설치한다. 텍사스 빅벤드처럼 산악과 사막 등 지형이 험한 지역에는 장벽 대신 차량 차단시설과 순찰도로, 감지센서와 카메라 등을 배치한다.
약 861㎞ 구간은 험준한 자연지형 자체를 장벽처럼 활용하고 첨단 감시기술을 집중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리오그란데강 일부 지역에는 대형 원통형 부표를 연결한 수상 장벽도 설치되고 있다.
다만 불법 월경이 이미 급격히 감소한 상황에서 수십조원을 들여 장벽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지를 놓고 논란도 예상된다.
세관국경보호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남서부 국경에서 적발된 불법 월경자는 9848명으로 바이든 행정부 당시와 비교해 약 94% 감소했다. 최근 월별 적발 규모 역시 25년 넘게 집계된 통계 가운데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월경 감소와 관계없이 장기적인 국경 통제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제 장벽과 첨단 감시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월을 구축하면 국경순찰대가 적은 인력으로도 훨씬 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경 정책은 단순한 불법 이민자 단속을 넘어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장기간 유지될 대규모 물리적·전자적 국경 통제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