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저가 ‘자폭 드론’의 위력이 부각되면서 이를 공중에서 직접 파괴하는 대드론 요격체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드론 공급망을 보유한 중국 기업들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저가 요격체를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제10회 세계드론대회 및 드론 전시회에서는 수십 개 중국 기업이 새로운 드론 요격체를 선보였다. 상당수는 설립된 지 불과 몇 달밖에 되지 않은 신생기업이었다.
이들 요격체는 전파를 방해하거나 통신 신호를 끊는 기존 대드론 장비와 달리 날아오는 드론을 직접 추적해 충돌·요격하는 방식이다.
전시된 제품 대부분은 전기모터와 4개의 날개를 갖춘 소형 기체로,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기체 앞부분에는 카메라와 유도 장치가 장착됐으며 일부 제품의 속도는 시속 300㎞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경쟁력도 중국 업체들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자동 유도 기능을 갖춘 제품의 가격은 대당 1만~2만 위안, 한화 약 200만~400만원 수준이다. 자동 유도 장치가 없는 제품은 이보다 훨씬 저렴하다.
업체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1년 사이 요격 정확도도 크게 향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존 드론 산업의 막강한 공급망이 있다. 요격체에 필요한 모터와 카메라, 전자장비 등 상당수 부품을 기존 드론 제품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민간 드론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드론산업인사이트에 따르면 선전에 본사를 둔 DJI는 비군사·비정부용 세계 드론 시장의 약 70~8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각종 드론 핵심 부품에서도 세계 최대 공급국 가운데 하나다.
대드론 관련 기술 개발도 빠르다. 특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관들의 대드론 기술 특허 출원 건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았으며 2위인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을 통해 실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선전웨이촨모형장비의 창립자 원팅은 지난해 10월 요격체 개발을 시작했지만 이미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 매달 수천 대를 판매하고 있다고 FT에 밝혔다.
중국만 이 시장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전쟁을 통해 축적한 드론 요격 기술을 새로운 방산 수출 품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3월 자국산 요격체가 여러 걸프 국가에서 이란산 드론을 격추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아직 기술적인 한계도 뚜렷하다.
중국 업체들이 주장하는 요격 성공률은 50%에서 100%까지 큰 차이를 보였으며 일부 업체는 자동 유도 시스템이 아직 개발 단계라고 인정했다.
대부분의 요격체가 한 번 사용하면 소모되는 일회용이라는 점도 문제다. 대량의 드론이 동시에 공격하는 이른바 ‘드론 군집(스웜)’ 공격에 대응할 경우 막대한 수량의 요격체가 필요해 비용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개별 요격체의 성능보다 레이더와 탐지장비, 전파방해 시스템 등을 하나의 방공망으로 통합하는 능력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렴한 자폭 드론이 현대전의 새로운 위협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더 싸고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드론 산업에서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한 중국이 저가 요격체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