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과 생활비 부담으로 미국에서도 부모와 함께 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자립에 실패했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미국의 30세 미만 성인 가운데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지난해 49%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9년보다 1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계속되는 고물가와 주거비 상승이다.
미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40만 달러(약 6억 원)를 넘어섰으며, 주요 도시의 임대료도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대학 졸업생 상당수가 수만 달러에 이르는 학자금 대출까지 안고 있어 독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금융서비스 업체 스라이번트 조사에서도 부모 집으로 돌아간 젊은 성인의 55%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제 사례도 적지 않다.
33세 사만다 스토보는 연인과 결별한 뒤 뉴욕 맨해튼 아파트 임대료를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3년 전부터 어머니가 사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는 이를 숨기기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집에서 사는 딸’이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 28세 매건 탤리 역시 “혼자 살 수는 있지만 월말이면 통장이 바닥난다”며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디트로이트의 33세 카르멘 존슨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월세 부담을 없애고 식비를 가족과 분담해 절약한 돈으로 취미생활과 내 집 마련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예전에는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실패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재정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템플대학교의 심리학자 로런스 스타인버그 교수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이제는 미국 청년층의 대표적인 생활 방식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높은 주택 가격과 생활비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의 ‘캥거루족’ 증가 추세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