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갈등이 정부 간 관세전쟁을 넘어 캐나다인들의 일상생활로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딴 거리의 명칭을 바꾸자는 움직임부터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미국 여행을 피하려는 움직임까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수도 오타와 서부에서는 ‘트럼프 애비뉴(Trump Avenue)’의 이름을 바꾸는 절차가 추진되고 있다.
이 도로는 뉴욕을 테마로 조성된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최근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부 주민들이 트럼프라는 이름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20년 이상 이 거리에 살아온 다이앤 호스커는 “트럼프가 캐나다를 조롱하는 방식이 정말 싫다”며 “트럼프의 이름을 딴 거리에 산다고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오타와 시의원 라일리 브록킹턴은 수도의 도로에는 명예롭고 상호 존중을 상징하는 인물의 이름이 사용돼야 한다며 개명 절차에 착수했다.
새로운 이름을 둘러싼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하는 ‘TACO’를 제안했다. ‘Trump Always Chickens Out’, 즉 ‘트럼프는 언제나 겁먹고 물러선다’는 표현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름을 사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양국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캐나다산 제품 추가 관세와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부르도록 한 행정명령 등을 계기로 급격히 악화됐다.
캐나다 내 여론도 강경해지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아바쿠스 데이터 조사에서는 캐나다인의 70% 이상이 경제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마크 카니 총리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중단한 결정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캐나다의 가족경영 아이스크림업체 채프먼은 미국산 식재료 사용을 대폭 축소하고 오랫동안 거래해 온 미국 업체 9곳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대신 호주와 칠레 등에서 아몬드와 체리 등을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행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미국을 방문한 캐나다인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6% 감소했다. 미국 여행에 지출한 비용도 13.6% 줄어든 50억 캐나다달러를 기록했다.
일부 캐나다인들은 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을 끊거나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미국을 방문하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다.
인재 이동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캐나다 정부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을 유치하는 가운데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활동했던 천체물리학자 사라 시거가 토론토대학교로 연구 거점을 옮기는 등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동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공유하며 경제·사회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지만, 최근 관세와 지명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기업의 공급망과 관광, 소비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