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겨AI가 구형 로봇 ‘피겨 02’를 용광로에 녹여 폐기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2’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로, 피겨AI는 신형 로봇 생산을 확대하고 차세대 모델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세대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피겨AI가 지난 1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는 피겨 02가 핀란드 이마트라의 제철소에서 75톤 규모 전기로를 향해 달려간 뒤 쇳물 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은 공개 닷새 만인 6일 오전(한국시간) 조회수 62만8,000회를 넘어섰다.
로봇이 용광로를 향해 달리고 마지막 순간 뛰어드는 동작은 촬영을 위해 별도로 학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로봇을 들어 용광로에 던져 넣은 것이 아니라, 피겨 02가 학습한 동작을 직접 수행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 장면은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T-800이 용광로 속으로 사라지는 결말을 연상시켰다.
피겨AI는 피겨 02가 회사의 로봇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BMW 공장에 처음 배치된 로봇이었으며, 로봇 인공지능(AI) 시스템 ‘헬릭스(Helix)’ 개발의 토대가 됐다. 가사 작업과 물류 현장에 투입된 초기 모델이기도 하다.
회사는 피겨 03 생산이 확대되면서 피겨 02를 계속 운용할 필요성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피겨 02에는 자체 개발한 구동장치 등 핵심 지식재산이 포함돼 있어 외부에 그대로 처분하기 어려웠다. 로봇을 한 대씩 분해하는 데에도 기술 인력의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구형 모델을 정리하고 차세대 피겨 04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폐기 방식은 피겨AI가 온라인에서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 결정됐다. 회사가 피겨 02를 어떻게 처리할지 묻자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유명한 슈워제네거가 “녹여버리라”고 제안했다. 피겨AI가 그에게 연락했고, 슈워제네거가 직접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용광로 퇴역 행사가 추진됐다.
촬영은 제한된 시간 안에 이뤄졌다. 제철소가 촬영에 허용한 시간은 24시간이었고, 전기로를 사용할 기회는 6차례의 용해 사이클로 한정됐다. 각 사이클에서 쇳물 표면이 굳기 전에 로봇을 투입해 촬영할 수 있는 시간도 약 20분에 불과했다.
현장의 높은 열과 강한 전자기장은 촬영 장비에도 영향을 줬다. 일부 카메라와 전자장비가 작동을 멈췄지만 피겨 02는 학습된 동작을 수행해 용광로를 향해 달려가 뛰어들었다고 회사는 전했다.
용광로에 투입된 피겨 02의 정확한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피겨AI는 보유 기체 대부분을 폐기하고 일부만 본사에 남겨두기로 했다. 녹인 금속은 미국으로 보내 구형 모델의 퇴역을 기념하는 한정판 기념품으로 재활용할 예정이다.
피겨AI는 현재 피겨 03의 생산을 확대하는 한편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 04를 개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