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 관계가 과거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경제 갈등이 군사·안보 협력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안보의 경제화’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기업 문제지만 한미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혀, 최근 상황의 심각성을 공식 인정했다.
실제로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 및 원자력 협력 협정 개정 논의는 4개월째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당초 올해 1월 개시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이 대표단 구성을 미루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외교가에서는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대미 투자 지연이다. 한국은 지난해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고금리와 수익성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미국의 접근 방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도 ‘거래’ 관점에서 바라보며, 투자 이행 여부를 핵심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즉 “투자를 하지 않으면 핵잠 협력도 없다”는 메시지가 사실상 전달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외교부 내부에서도 “첫 번째 대미 투자 프로젝트가 확정돼야 핵잠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두 번째 변수는 Coupang 사태다.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한국 정부가 규제 강화에 나서자, 미국은 이를 자국 기업에 대한 압박으로 인식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문제는 단순 기업 이슈를 넘어 정치 문제로 확산됐다. 공화당 하원의원 50여 명이 공식 문제 제기를 했고, 국무부와 국방부까지 협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쿠팡 이슈로 촉발된 불신에 투자 지연까지 겹치면서, 통상 갈등이 안보 협력까지 번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두고 “과거에는 통상과 안보가 분리됐지만, 이제는 모든 이슈가 하나의 패키지로 묶이는 시대”라고 진단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처럼 빠르고 강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새로운 ‘거래형 동맹’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동시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한미동맹이 단순한 군사 협력을 넘어 경제·산업까지 얽힌 복합 관계로 완전히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