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이 일본 출판업계의 신인 작가 발굴 방식까지 흔들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비교적 손쉽게 소설을 완성할 수 있게 되면서 각종 문학상의 응모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출판사들이 심사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3월 접수를 마감한 하야카와쇼보의 ‘제14회 하야카와 SF 콘테스트’에는 총 1,012편이 접수됐다.
예년 응모작이 400편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다른 문학상도 비슷한 상황이다.
미스터리 문학상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는 전년보다 60% 증가한 731편이 접수됐다. 카도가와의 ‘전격소설대상’에는 40% 늘어난 5,088편, 신초샤의 순수문학상인 ‘신초신인상’에도 30% 증가한 3,518편이 몰렸다.
오랜 습작 대신 AI 활용해 소설 완성
출판업계는 이 같은 응모작 급증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을 꼽고 있다.
과거에는 소설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상당한 기간의 습작과 퇴고 과정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구성하고 문장을 작성하거나 수정하는 작업까지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전문적인 창작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인공지능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 뒤 자신의 작품을 평가받기 위해 문학상에 응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작품 수가 늘어나는 만큼 출판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 인력도 급증한다는 점이다.
작품 한 편 심사에 수천엔…출판사 비용 부담
일본의 신인문학상은 일반적으로 1~3차에 걸쳐 작품을 심사한다.
초기 심사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길 경우 작품 한 편당 수천엔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응모작이 수천 편씩 늘어나면 출판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연간 수백만엔 규모로 커질 수 있다.
하야카와쇼보 측은 응모작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지만, 완성도가 떨어지는 인공지능 생성 작품이 대량으로 접수돼 심사 인력과 비용 부담을 키운다면 새로운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신인문학상 자체의 존속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잡지와 출판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심사 비용까지 계속 증가할 경우 출판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신인문학상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문학상도 ‘AI 사용 여부’ 공개한다
출판사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야카와 SF 콘테스트는 다음 제15회 대회부터 응모자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작품 제작 과정의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를 명시하도록 규정을 변경하기로 했다.
한 사람이 여러 작품을 동시에 제출하는 것도 금지한다.
문학계에서는 앞으로 인공지능 판별 기술을 활용해 본격적인 심사에 앞서 완성도가 낮은 인공지능 생성 작품을 걸러내는 방식도 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글쓰기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면서 더 많은 사람이 창작에 참여할 수 있게 됐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문학상’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수천 편의 작품을 먼저 걸러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