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가 에너지와 물류를 넘어 IT 산업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 공급망까지 흔들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동 분쟁으로 주요 원자재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원자재 공급 중단이다.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석유화학 단지를 공격하면서 PCB 제조에 필수적인 고순도 PPE 수지 생산이 멈췄다. 해당 설비를 운영하는 사빅은 전 세계 PPE 공급의 약 70%를 차지하는 기업으로, 생산 중단이 글로벌 공급 축소로 직결됐다.
여기에 전쟁으로 걸프 지역 해상 운송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난은 더욱 심화됐다. PCB 가격은 이미 AI 서버 수요 증가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는데, 원자재 부족까지 겹치며 급등세가 가속화됐다. 골드만삭스는 4월 한 달 동안 PCB 가격이 최대 40% 상승한 것으로 추산했다.
원가 부담은 추가로 확대되고 있다. PCB 핵심 소재인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최대 30% 상승했으며, 유리섬유와 에폭시 수지 등 다른 소재도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구리는 PCB 원가의 약 60%를 차지해 가격 상승 영향이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국내 기업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대덕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와 가격 인상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일부 화학 소재의 조달 기간은 기존 3주에서 최대 15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비용 전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이제는 고객 대응보다 원자재 확보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자체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즈마크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PCB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2.5% 증가한 약 95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공급망 충격이 이어질 경우 IT 제품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