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의 민간 건강보험 시장을 사실상 한 회사가 지배하면서 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의료기관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AL.com이 28일 보도한 심층 취재에 따르면 미국의사협회(AMA) 기준 앨라배마 블루크로스 블루쉴드(BCBS)의 민간 건강보험 시장점유율은 84%로, 미국 전체 주 가운데 단일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다.
블루크로스에 가입한 앨라배마 주민은 약 190만 명이다. 이는 주내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가입자를 합친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 집중이 단순한 보험료 경쟁을 넘어 실제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치료와 의료기관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뇌 손상 입은 23세 청년, 전문 재활치료 보험 거부
AL.com은 23세 일라이저 브릭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브릭스는 지난 7월 뇌출혈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뒤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휠체어에 앉거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등 회복 가능성을 보여 의료진은 전문 재활치료를 권고했다.
그는 텍사스 휴스턴의 의식장애 전문 재활 프로그램에 입원 승인을 받았지만, 블루크로스는 해당 치료를 ‘연구 단계(Investigational)’로 분류하며 보험 적용을 거부했다.
UAB 의료진은 이 치료가 의학적으로 필요하고 시급하다며 보험사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기존 결정을 유지했고, 약 3개월간 이어진 UAB 입원비 지급도 중단했다.
가족이 보험 없이 휴스턴에서 치료를 진행하려면 하루 약 5,200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브릭스의 어머니 서맨사는 “아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료진이 노력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아들이 새로운 삶을 경험할 기회를 제한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블루크로스는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할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을 때 연구 단계로 분류한다며, 모든 보장 결정은 임상 지침과 의학 연구, 보험 약관에 따라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이 앨라배마를 떠난다”…진료비 지급도 논란
보험사의 시장 지배력이 의료기관 운영에 미치는 영향도 제기됐다.
AL.com이 인터뷰한 의사와 병원 관계자들은 블루크로스가 지급하는 진료비가 다른 주보다 낮아 의료진 채용과 병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의 2022년 연구에서도 앨라배마 의료기관이 민간 보험사로부터 받는 진료비 수준은 전국 최하위로 나타났다.
앨라배마는 이미 농촌병원의 절반 이상이 폐쇄 위험에 처해 있으며, 2009년 이후 농촌병원 13곳이 문을 닫았다.
몽고메리의 잭슨병원 역시 지난해 파산보호 신청 과정에서 블루크로스의 낮은 진료비 지급이 재정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병원별 지급액 차이에 합리적인 설명이 있다는 블루크로스 측 입장을 받아들였지만, 이후 양측은 새로운 지급 조건에 합의했다. 병원 측은 기존보다 상당히 개선된 조건이라고 밝혔다.
블루크로스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병원·의사들과 개별적으로 진료비를 협상하고 있으며, 지난해 의사들에게 지급한 금액도 약 6%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보험사 “독점 아니다”…35억 달러 준비금 보유
블루크로스는 AMA가 발표한 84%의 시장점유율에도 이견을 제기했다. 민간 보험 가입자만이 아닌 전체 앨라배마 주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자사 점유율은 약 67%라는 설명이다.
소피 마틴 블루크로스 대변인은 “우리는 독점기업이 아니며 앨라배마에는 경쟁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보험료 수입 1달러당 약 95센트가 환자 의료비로 사용된다. 지난해에는 의료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약 3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2025년 재무제표상 블루크로스의 자본준비금은 약 35억 달러로, 주정부가 요구하는 최소 준비금 약 24억 달러를 웃돌았다.
블루크로스는 비영리 보험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의료인 장학금과 학교 건강 프로그램, 여성·영유아 의료지원 등 지역사회 사업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브릭스 가족은 보험사의 치료 거부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재심을 요청한 상태다.
어머니 서맨사는 아들이 전문 재활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며 치료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