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9연방항소법원이 비시민권자로 의심되는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의 우편투표를 개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기각했다. 다만 항소법원은 투표지 개표 여부의 실체를 최종 판단하지 않고, 하급심이 먼저 심리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항소법원은 26일(현지시간) 2대 1로 법무부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 다수는 하급심이 법무부의 요청을 충분히 검토하기 전에 항소심이 개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하급심 심리는 27일 열릴 예정이었다.
법무부는 캘리포니아주 유권자 명부에서 비시민권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2만여명의 우편투표를 따로 분리하고, 시민권이 확인될 때까지 개표하지 말라고 요구해 왔다. 법무부가 명단에 오른 28명이 불법 투표 혐의로 형사 기소됐다고 밝혔지만, 2만여명 가운데 실제 우편투표를 한 사람이 몇 명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는 법무부 명단이 신뢰하기 어려운 자료에 근거했다며 반박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가 명단 일부를 확인한 결과, 미국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사람과 이미 등록이 취소되거나 비활성 상태인 유권자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 당국은 명단에 오른 이들의 투표지를 일괄 보류하면 합법적인 유권자의 표까지 배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견을 낸 가브리엘 산체스 판사는 선거 절차를 주정부가 관리해 온 권한과 법무부 요청의 파급효과를 지적했다. 그는 항소심이 성급하게 개입하면 유권자와 선거관리 당국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이번 소송은 법무부가 10월 15일 캘리포니아주를 상대로 제기했다. 연방정부가 특정 주의 우편투표 개표를 막아 달라고 요구한 이례적인 사안으로,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선거관리 권한을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졌다.
캘리포니아주 롭 본타 법무장관은 항소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반면 법무부는 비시민권자의 연방선거 투표를 금지하는 법을 집행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연방법과 캘리포니아주법 모두 비시민권자의 연방선거 투표를 금지하지만, 실제 불법 투표 사례는 드문 것으로 조사돼 왔다. 로이터는 앞선 조사에서 비시민권자의 불법 투표 혐의로 연방 기소된 사례가 129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항소심의 긴급 개입을 거부한 것으로, 법무부 소송의 최종 결론은 아니었다. 하급심 심리에서 법무부가 명단의 정확성과 투표지 분리의 법적 근거를 얼마나 입증할지가 다음 쟁점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