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연료 부족과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연료비가 생계와 직결되는 운전기사와 어민, 농민 등 서민층의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주 마카사르에서는 취사용 가스 부족과 순환 정전이 발생했고 휘발유 배급제까지 시행됐다. 주유소에는 오토바이가 길게 늘어섰으며, 택시기사들은 차량 번호판 끝자리의 홀짝에 따라 연료를 배급하는 제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족자카르타에서도 학생들이 연료 가격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유층과 중산층에 대한 연료 보조금을 축소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연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어민들의 배가 마닐라만 항구에 묶였다. 버스와 차량호출 서비스 운전자들도 케손시티에서 행진하거나 운행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항의하고 있다.
7만명 규모의 필리핀 버스 운전자·차주 단체를 이끄는 모데스토 플로란다는 하루 15~18시간을 일해도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정도의 수입밖에 남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약 80달러의 일회성 지원금을 제안했지만 그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도 차량호출 서비스 ‘그랩’ 운전자들이 연료비 상승에 따른 수입 감소에 항의하며 보이콧에 나섰다.
중남미와 유럽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과테말라에서는 운수 노동자와 원주민 활동가들이 가격 상한제나 일시적 보조금을 넘어선 대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고, 포르투갈에서는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며 서행하는 시위를 벌여 리스본 주요 도로에서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석유 사용량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방글라데시는 액화천연가스(LNG) 부족으로 전력 공급을 제한하면서 주요 의류공장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추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시리아에서는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을 한시적으로 최대 40%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철회를 요구했다.
각국 정부는 연료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물가 상승을 감수할지, 보조금을 확대해 재정부담과 공공부채 증가를 감수할지를 놓고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나오미 호세인 런던대학교 정치사회학자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이 정치적 불만을 키울 수 있다며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해당 전문가의 평가로, 국가별 정치 상황과 원인은 서로 다르다.
사나 자프리 호주국립대학교 강사도 “아시아나 개발도상국 전반에 지정학적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얼마나 남아 있겠느냐”며 에너지 충격이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