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총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40조달러를 넘어섰다. 한화로 약 5경5,60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와 이란 전쟁 비용, 대규모 관세 환급 등이 동시에 겹치면서 미국의 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올해 국방비와 사회보장, 의료복지, 감세 등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2조달러 이상을 추가로 빌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 큰 문제는 새로 늘어나는 재정적자의 상당 부분이 과거에 쌓인 빚의 이자를 지급하는 데 사용된다는 점이다. 올해 신규 재정적자의 약 절반이 기존 국채의 이자 지급에 쓰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실상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도 단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해 공화당이 통과시킨 감세 정책에 따라 기업들은 공장 건설과 설비투자 비용을 즉시 세금에서 공제할 수 있게 됐다. 미 의회 조세공동위원회는 이 조치만으로 올해 약 1,000억달러의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이란 전쟁 역시 변수다. 군사작전에 필요한 국방 지출이 증가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 사태로 에너지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미국 정부의 재정과 경제성장에 동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 확보 수단으로 강조했던 관세 역시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았다.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 가운데 상당 부분을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걷었던 약 1,660억달러의 관세 가운데 상당액을 수입업체에 돌려주고 있다.
지난 7월 말까지 이미 약 1,000억달러가 환급됐으며 추가 환급도 진행 중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감세 정책이 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업의 투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과 세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미국의 재정 상황에 점차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5.327%까지 상승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뿐 아니라 이란 전쟁과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까지 반영된 결과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 부담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설비투자 등 민간 부문의 자금 조달 비용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면 세수가 감소하고, 재정적자가 다시 확대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일본의 미국 국채 매각 가능성과 미 연방준비제도의 보유자산 축소도 변수로 꼽힌다.
일본은 약 1조1,400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최대 해외 투자국이다. 엔화 가치 방어 과정에서 일본이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각할 경우 미국의 장기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약 6조8,000억달러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보유한 연준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축소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연준이 보유 채권을 직접 대규모로 매각하면 민간 투자자들이 소화해야 할 국채 물량이 증가해 금리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미국의 국가부채가 40조달러를 돌파했다고 해서 당장 미국의 지급불능이나 국채시장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 국채는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안전자산 시장이고 달러 역시 국제 결제와 외환보유액의 핵심 통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국가부채와 높은 재정적자, 고금리가 장기간 동시에 지속될 경우 미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장기적으로 달러와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