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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당] 안부 전화

최경하, 수필가, 몽고메리 여성 문학회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by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8월 10, 2026
in AL/로컬/지역,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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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마당] 안부 전화

안부 전화
최경하, 수필가, 몽고메리 여성 문학회

아른거리는 작은 글자들이 춤을 춘다. 돋보기를 찾아 끼고 선명해진 글을 읽으며
둔해진 손가락으로 몇 자 적는다. 답이 오가는 횟수가 늘어나면 침침해진 눈으로 쓰다
만 글을 지우고, 통화 가능한지를 묻는 문자를 보낸다. 불쑥 생각이 나서 궁금한 마음에
전화를 할 때가 있다.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 예고 없이 전화를 걸었다가 받지 않을 때면,
방해를 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전화 대신 요즘은 문자로 안부를 묻는다. 전화 한 통이면 될 것을, 불쑥 거는 전화는
예의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은 나만 드는 것인지. 마치 집을 방문할 때 약속을 해야 하는
것처럼 전화도 먼저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반가운 안부 전화가 어느
사이 삶의 리듬을 깨는 방해꾼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마음 한구석에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결혼을 하면 시댁에 안부전화를 꼬박꼬박 해야 하는 것이 며느리의 당연한 의무였던
시대를 나는 지나왔다. 자주 찾아 뵙고 안부를 묻는 것도 당연했다. 며칠 안부 전화를
드리지 못한 날에는 죄인처럼 변명을 늘어 놓으며 진땀을 흘렸던 기억도 난다.
의무감에서 시작했지만 시부모님과의 거리는 그만큼 줄어들었고, 줄어든 거리만큼
사랑은 커졌다. 벽을 허물고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오해와 상처도 있었지만, 내
부모와 네 부모가 아닌 우리 부모가 되어 이제는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아들이 결혼을 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장거리 여행을 하고 집에 도착할
시간이 되었을 무렵에 며느리에게 전화를 했다. 아들이 운전을 하고 있으니 전화 받을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집에 도착했다는 말에 나는 “장거리 운전이라
걱정했는데 전화라도 한 통 해주지…” 라고 말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내용으로
전화를 했던 기억이다.
그런데 다음날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런 말은 자기에게 하라는 것이었다. 며느리는
내 전화를 마치 잘못을 꾸짖는 것처럼 받아들인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조심스럽게
말을 했고, 단지 걱정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부모 마음을 조금 배려해 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었다. 내 의도와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 일 이후로 나는 며느리에게 직접 전화하는 일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내 엄마 아빠는 내가, 당신 엄마 아빠는 당신이.’ 각자의 부모는 각자가 챙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요즘 세대의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 후에 아들은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전화할 경황이 없을 만큼 하루의 말을 다 써버리는지도 모르겠다. 머리로는
그렇게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결혼 전에는 매일 전화를 걸어오던 다정다감한
아들이었기에, 변해가는 아들의 모습에 서운해지는 마음까지 다스리기는 쉽지 않았다.
요즘 세대는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선을 긋는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런 방식을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바뀌어가는 시대에 적응해 가는 서툴음은 가끔
소외감과 외로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는 여전히 안부 문자보다 목소리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정겹게 느껴진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는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 통화 시간은 마주 앉아 있는 것만큼이나
따뜻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안부 전화를 할 사람의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불쑥 문을 열고 들어와
“보고싶어서 왔어” 라고 말하는 친구가 몇이나 될까. 언제든 마음이 가는 대로 부담
없이 수화기를 들고 “뭐해?”하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친구는 몇이나 될까.
바뀌어 가는 시대에 점점 적응해 가는 내 모습을 느끼면서도, 나는 여전히 불쑥
걸려오는 전화 한 통이 기다려진다. 별일 없어도 좋다. 그저 궁금해서 걸었다는 따뜻한
목소리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어머니! 뭐하세요?”
별것 아닌듯한 이 한마디가 어쩌면 우리가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안부가
아닐까.

앨라배마 타임즈 | Alabama Korea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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