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회가 여성의 왕위 계승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수백 년 전 방계 왕가의 남성 후손에게 왕위 계승 가능성을 열어주는 황실전범 개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AFP통신에 따르면 일본 참의원은 17일 본회의를 열고 황족 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황실전범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는 왕위 계승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왕족 신분을 잃은 옛 11개 방계 왕가의 남성 후손을 양자로 왕실에 들일 수 있도록 했다. 15세 이상의 미혼 남성이 왕실에 입적하면, 그가 낳은 아들에게 왕위 계승권이 부여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조치는 현재 왕위 계승 서열상 가장 젊은 후계자인 히사히토 왕자에게 남성 후손이 없을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자 대상이 될 수 있는 남성 후손들은 현 나루히토 일왕과 약 600년 전 공통 조상을 둔 36~38촌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는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한 뒤에도 왕족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이 낳은 자녀에게는 성별과 관계없이 왕위 계승권을 인정하지 않아, 남성 혈통 중심의 계승 원칙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법안은 여성 일왕 즉위를 반대해 온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 주도로 처리됐다.
그러나 정치권의 결정은 국민 여론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여성 일왕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넘었으며, 아사히신문의 5월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가 여성의 왕위 계승에 찬성했다. 반면 옛 왕가 후손에게 왕위를 계승시키는 방안에 찬성한 비율은 23%에 그쳤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무라카미 세이치로 의원은 “아이코 공주가 일왕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양자 입양 대상이 될 수 있는 옛 왕가 후손 아사히로 구니 씨도 “자유롭게 성장한 손주에게 왕실 복귀를 권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남성 혈통 유지라는 전통을 우선시한 결정으로, 국민 여론과의 괴리가 커질 경우 상징 천황제에 대한 지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