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원유 공급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아시아 정유업체들이 미국산 원유 구매를 다시 대폭 늘리고 있다. 아시아로 향하는 물량이 급증하면서 미국 내 원유 공급과 휘발유 가격에도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자재·선박 추적업체들은 9월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 거래 물량이 4천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8월 예상 물량인 2천200만 배럴과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아시아 정유업체들이 미국산 원유 확보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중동산 원유의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이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아시아 정유업체들은 미국산 원유를 대체 공급원으로 활용해 왔다.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일시 재개되면서 미국산 구매가 줄었지만, 종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해협 봉쇄가 이어지자 다시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부 업체는 운송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대서양 항로 대신 파나마 운하를 거쳐 태평양으로 이동할 수 있는 소형 유조선까지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원유 확보가 시급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미국 내 공급이다.
미국 정유업체들의 가동률이 이미 높은 수준인 가운데 아시아 수출까지 크게 늘어나면 미국 내 원유 재고가 감소하거나 통상 가을철 나타나는 재고 증가 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동산과 품질이 비슷한 중질·고유황 원유의 공급 부족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질·고유황 원유인 마스(Mars)유는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보다 배럴당 약 2.50달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구매가 계속 확대될 경우 마스유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이다. 원유 가격 상승이 정유 비용을 거쳐 휘발유 판매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휘발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수출 증가가 추가적인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전체 원유 수출량 자체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보다는 기존 유럽행 물량 일부가 아시아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8월 14일까지 미국의 주간 원유 수출량은 하루 400만 배럴을 조금 웃돌아 지난 4월 말 기록했던 하루 650만 배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제 원유시장의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여부가 될 전망이다. 중동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아시아의 미국산 원유 확보 경쟁이 이어지면서 미국 내 원유와 휘발유 가격에도 지속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