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 국민들 사이에서 미국을 전통적인 동맹국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 15개국 국민 가운데 미국을 동맹국으로 본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조사 당시 16%, 2024년 11월의 22%와 비교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15개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 대다수는 자국이 군사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실제로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 변화의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을 꼽고 있다.
고율 관세 부과 정책, 덴마크령 그린란드 편입 추진 논란, 중동 지역 군사 개입 확대 등이 유럽 내 반미 정서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불가리아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응답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 미국과 유럽 관계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방 정책과 관련해서는 유럽의 독자 노선을 지지하는 여론이 강해졌다.
국방비 증액에 찬성하는 응답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국방비 확대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2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자체 방위력 강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차입을 통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방안에도 응답자의 47%가 찬성했다.
포르투갈(59%), 덴마크(56%), 네덜란드(55%)에서는 절반 이상이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또한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산 방산 장비를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의견도 우세했다.
덴마크에서는 응답자의 75%가 유럽산 무기 구매를 선호한다고 답했고, 네덜란드(72%), 스웨덴(70%)도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는 예외였다.
폴란드에서는 미국산 무기 구매를 지지하는 비율이 46%로, 반대 의견(33%)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안보 위협에 대한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단순한 반미 정서라기보다 유럽이 안보와 방위산업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최근 수년간 공동 방위력 강화와 방산 산업 육성을 핵심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여론조사는 이러한 정책 기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