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한 한국 축구가 대회 이후에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새 회장을 선출하지 못해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고 있고, 축구대표팀은 정식 감독 없이 임시 사령탑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력 개선과 세대교체, 주축 선수들의 향후 역할을 둘러싼 과제도 남아 있다.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경기도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9~10월 A매치 4연전을 2승 1무 1패로 마쳤다. 에콰도르를 3-0으로 꺾으며 출발했지만 우루과이에 1-4로 패했고, 베네수엘라와는 0-0으로 비겼다.
마지막 경기 승리로 분위기를 다소 추슬렀지만, 4연전 결과만으로 월드컵 이후 불거진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첫 월드컵에서 체코를 꺾었지만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이어 패해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대회 뒤 대표팀 운영과 경기력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축구협회는 현재 이용수 부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선거제도 개편 등을 거치면서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길어지고 있어, 협회의 방향을 정하고 책임 있게 이끌 리더십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대표팀 역시 공개 모집을 거쳐 선임된 모레노 감독이 임시로 지휘하고 있어, 장기적인 전술과 선수단 운영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레노 감독 체제의 4경기에서는 전술적 완성도도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4-4-2 포메이션에서 중원 운영과 후방 빌드업, 전방 압박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장면이 반복됐다.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이 상대 중원과의 수적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을 전진시키는 데 시간이 걸렸고, 공격 전개가 끊긴 뒤 수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빈틈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대표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이강인을 어떤 위치에서 활용할지도 숙제로 꼽힌다. 이강인은 이번 4연전에서 기대만큼 경기 흐름을 바꾸는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수의 장점을 살리면서 팀 전체의 공격 전개와 연결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새 감독 체제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선수단 안팎의 분위기도 무겁다. 김민재는 베네수엘라전 뒤 수비진의 부담을 언급하며 모든 선수가 팀을 위해 더 뛰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황인범은 한국 축구와 대표팀을 둘러싼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보였고, 월드컵에서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한 책임감과 아쉬움도 털어놨다.
우즈베키스탄전 뒤에는 황인범과 김민재, 황희찬 등 1996년생 선수들이 함께 사진을 찍은 장면이 관심을 모으면서 국가대표 은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황인범은 취재진에게 은퇴설을 부인했지만, 대표팀에 올 때마다 “항상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축 선수들의 거취와 역할 조정이 향후 대표팀 구성 논의에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한국 축구가 풀어야 할 과제는 협회의 새 리더십 선출에서 대표팀의 정식 감독 선임, 경기 모델 정립과 세대교체까지 이어진다. 기존 주축 선수들의 경험을 활용하면서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대표팀에 정착시킬지도 고민해야 한다. 11월 A매치는 모레노 감독 체제의 전술을 점검하고, 월드컵 이후 대표팀이 어떤 방향으로 재정비될지 살펴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