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앨라배마주의 질소가스 사형 집행 방식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예정됐던 사형 집행에 제동이 걸렸다.
연방지방법원 에밀리 마크스 판사는 9일(현지시간) 사형수 제프리 리(49)에 대한 질소가스 집행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리는 1998년 댈러스 카운티 오빌(Orrville)의 전당포 강도 사건 과정에서 지미 엘리스와 일레인 톰슨을 살해하고 또 다른 여성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25년간 사형수로 수감돼 있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앨라배마가 최근 도입한 질소가스 사형 방식이다.
앨라배마는 사형수에게 특수 마스크를 착용시킨 뒤 순수 질소를 주입해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의 ‘질소 저산소증(Nitrogen Hypoxia)’ 사형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미 제11연방순회항소법원은 최근 해당 방식이 수형자에게 심각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법원은 “1~3분 동안 지속되는 고통은 헌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마크스 판사는 재심 과정에서 리 측이 제안한 총살형 방식을 검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총살형은 수형자를 의자에 고정한 뒤 심장 부위에 표적을 부착하고, 5명의 사수가 .30구경 소총으로 동시에 사격하는 방식이다.
마크스 판사는 “총살형은 신속하고 상대적으로 고통이 적은 죽음을 초래한다”며 “질소가스 방식보다 심각한 고통의 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앨라배마주가 즉시 총살형을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앨라배마에서 법적으로 허용된 사형 집행 방식은 독극물 주사, 전기의자, 질소가스 세 가지뿐이다. 총살형을 도입하려면 주 의회의 입법 절차와 별도의 집행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유타,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5개 주만 총살형을 허용하고 있다.
앨라배마 법무장관실은 총살형 집행 시설과 인력, 장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법원의 판단에 반발하고 있어 항소가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미국 내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쟁에도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앨라배마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질소가스 사형을 시행해 온 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법원은 “어떤 사형 방식도 완벽하게 고통이 없는 죽음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국가가 선택한 방식은 헌법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는 수감 기간 동안 모범적인 생활을 해왔으며 여러 교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고 지지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는 공개 성명을 통해 “내 행동으로 피해를 입은 가족들을 평생 잊지 않고 기도하며 살아왔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