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의 대만 사업장 노조가 파업을 승인하고 사전 예고 없는 기습 파업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노조는 회사 영업이익에 연동되는 성과급 제도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 본사 이사회와 이어질 노사 협상 결과에 따라 실제 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대만 현지 언론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마이크론 타오위안 공장 노조는 최근 조합원 투표에서 88.3%의 찬성으로 파업을 승인했다. 노조는 사측이 구체적인 성과급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제 파업 개시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노조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8~9일 열리는 마이크론 본사 이사회를 협상의 중요한 고비로 보고 있다. 이사회에서 만족할 만한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파업을 통보하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상시 제도다. 회사 실적이 좋아지면 직원 보상도 함께 늘어나는 이익공유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노조는 지난해 대만 직원들이 받은 성과급이 월급의 약 2.3~2.6개월분에 그쳤다며 경영진과 일반 직원 간 보상 격차도 문제로 제기했다.
노조가 제시한 방식은 한국 반도체업계의 이익 연동 성과급과 비슷하다.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5월 노사 합의에 따라 반도체 부문 사업 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했다. 마이크론 대만 노조는 이보다 높은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대만 직원들에게 특별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일회성 보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업황이 좋을 때 발생하는 이익을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나누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갈등은 타오위안 사업장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타이중 공장 노조는 오는 22일 추가 노사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별도의 파업 찬반투표를 추진할 수 있다. 타오위안 노조는 19일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집회에도 조합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대만은 마이크론의 주요 메모리 반도체 생산 거점이다. 노조는 타오위안과 타이중 시설이 회사 전체 글로벌 생산능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노조 측 추산이며,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생산능력 전부가 멈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공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인력 공백이 이어질 경우 D램 생산 수율과 공정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엔지니어의 공정 감시와 장비 유지·보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메모리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제 파업이나 생산 중단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마이크론 대만 법인은 직원들의 합법적 권리를 존중하며 노조가 제기한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본사 이사회에서 어떤 방안이 제시되는지, 이후 타오위안과 타이중 사업장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갈등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