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가상자산 산업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이른바 ‘클래리티(CLARITY)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암호화폐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체계 안으로 본격 편입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대표적인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상승하며 마감했다. 장중 한때 상승 폭이 9%를 상회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제미니(Gemini, +7%), 로빈후드(Robinhood, +5%), 소파이(SoFi, +4%)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및 거래 플랫폼 주가도 동반 급등했다.
초당적 지지 속 상원 은행위 문턱 넘어… ‘법적 불확실성’ 해소 기대
이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디지털자산시장명확화법(CLARITY Act)’을 찬성 15표, 반대 9표로 통과시켰다. 특히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며 초당적 협력 분위기가 조성된 점이 시장의 신뢰를 높였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디지털자산 감독 권한의 명확한 배분 ▲은행 및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결제·대출·수탁·거래 기준 마련 등이다. 업계는 그동안 성장을 가로막아온 최대 걸림돌인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화 자산(RWA) 거래가 양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민간 스테이블코인 이자’가 최대 쟁점… 은행권 강력 반발
다만 최종 입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상원 본회의 통과를 위해선 민주당 의원들의 추가 지지가 필수적이지만, 당내에서는 ▲자금세탁 방지 ▲공직자 이해충돌 ▲윤리 규정 강화 등을 이유로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특히 가장 뜨거운 감자는 ‘스테이블코인 규정’이다. 공화당 측은 민간 가상자산 플랫폼이 스테이블코인 예치 고객에게 이자를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기존 은행권은 “사실상 암호화폐 업체에 은행 예금 기능을 허용하는 특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은 코인베이스와 수익 공유 구조를 맺고 있으며, 코인베이스 역시 스테이블코인 보유 보상을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제러미 알레어 서클 CEO는 “클래리티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존립을 위한 필수적 토대”라고 강조했다.
금융권 ‘빅블러’ 가속화… 대형 은행-거래소 경계 허물어지나
전문가들은 클래리티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미국 대형 은행과 증권사, 핀테크 기업, 암호화폐 거래소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른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월가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단순히 코인 가격의 등락을 넘어, 가상자산이 월스트리트의 표준 금융 상품으로 자리 잡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이권 다툼과 민주당 내 강경파의 설득 여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