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보다 미국 주식으로 더 많이 몰리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된 반면, 미국 정부의 막대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 재무부 자료를 토대로 한 도이체방크 분석을 인용한 데 따르면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해외 투자자의 미국 주식 자금 유입 규모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2.8%에 달했다. 미 국채로 유입된 자금은 GDP의 2% 수준이었다.
금융위기 직후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외적 시기를 제외하면 외국인의 미국 주식 자금 유입이 국채를 넘어선 것은 21세기 들어 처음이다.
배경에는 미국 기업과 정부 재정의 엇갈린 상황이 있다.
미 증시는 AI 투자 열풍을 타고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S&P500지수는 올해 약 12% 상승해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향하고 있다. S&P500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했으며, 아마존과 알파벳의 대규모 일회성 이익을 제외해도 34% 늘었다.
반면 미국 국가부채는 지난달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재정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미 국채를 과거처럼 완전한 ‘무위험 자산’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런 불안감이 금리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14일 장중 5%를 넘어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30년물 금리는 올해 초 4.83%에서 5.32%까지 상승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글로벌 외환리서치 책임자는 이를 “미국 자산시장의 엄청난 변화”라며 “미국 민간 부문의 재무상태는 호황이지만 공공 부문의 재무상태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랙록의 제임스 터너 글로벌 채권 책임자 역시 “국채는 예전만큼 무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달러 가치가 움직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거에는 금융시장에 불안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미 국채와 달러로 몰리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국 주식에 글로벌 자금이 몰릴 때 달러도 함께 강세를 보이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라벨로스는 미국 자산이 이제 안전자산이라기보다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위험자산’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채금리 상승이 계속된다면 주식시장 역시 안심할 수 없다. 높은 금리는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높은 주가 수준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베코의 미힐 플라크만 글로벌 주식 책임자는 “채권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통상 주식시장도 문제가 생긴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