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가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중독을 유발했다는 혐의로 또다시 미국 법정에 선다.
이번에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4개 주가 공동으로 메타의 책임을 묻고 있으며, 요구하는 제재 규모가 최대 1조4000억 달러, 우리 돈 약 1980조 원에 달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1이 AFP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켄터키, 뉴저지 등 4개 주가 메타를 상대로 제기한 연방 재판이 오는 12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배심원 선정과 함께 시작된다.
본격적인 모두진술은 18일부터 진행될 예정이며 재판은 약 6주간 이어져 10월 초쯤 평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메타가 어린이와 청소년 이용자들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독성을 높이는 기능을 설계했는지 여부다.
4개 주 법무장관은 대표적으로 화면을 계속 내려도 새로운 콘텐츠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무한 스크롤’, 이용자의 접속을 유도하는 반복적인 알림, 게시물의 ‘좋아요’ 숫자를 보여주는 기능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이 같은 기능이 성인보다 자기통제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의 지속적인 이용을 유도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4개 주는 메타의 이러한 플랫폼 운영 방식이 각 주의 소비자보호법뿐 아니라 어린이의 온라인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연방법인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구하는 제재 규모도 천문학적이다.
주 정부들은 미성년자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 방식에 광범위한 제한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최대 1조4000억 달러 규모의 제재를 청구하고 있다.
한화로 약 1980조 원에 달한다.
이는 이달 7일 기준 1조5000억 달러를 넘어선 메타의 전체 시가총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물론 재판에서 실제로 이 정도 규모의 제재가 인정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재판에는 메타를 이끌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도 주요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저커버그는 약 6개월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또 다른 소셜미디어 중독 관련 재판에서도 직접 증언대에 오른 바 있다.
메타를 둘러싼 아동·청소년 보호 논란은 2021년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이 공개한 이른바 ‘페이스북 파일’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당시 공개된 수천 쪽의 내부 자료에는 메타가 인스타그램이 일부 10대 여성 이용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자체적으로 조사하고도 외부에는 그 위험성을 축소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후 미국 여러 주가 공동 조사에 착수했고 약 2년 뒤 30개 주 안팎의 법무장관이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오클랜드 재판에서는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켄터키, 뉴저지 등 4개 주가 공동으로 메타의 책임을 입증하게 된다.
최근 분위기는 메타에 부담스럽다.
지난 3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관련 재판에서는 배심원단이 메타와 유튜브에 10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중독과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피해 여성 1명에게 총 600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이어 이달 6일 뉴멕시코 법원도 메타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제품 설계를 변경하도록 명령하고, 아동 피해 치료와 예방 등에 사용할 5억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주 정부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중독을 둘러싼 법적 압박은 메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틱톡과 스냅챗,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 역시 미국 전역에서 수천 명의 가족과 교육구, 검찰 등이 제기한 유사 소송에 직면해 있다.
메타는 기존 판결에 항소했거나 항소할 방침이며 이번 소송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메타 측은 온라인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취해온 조치에 자신이 있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한 주장에 계속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서 4개 주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단순한 거액의 제재를 넘어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서비스 설계 방식 자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무한 스크롤과 알림, 좋아요 표시처럼 현재 대부분의 소셜미디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기능이 미성년자에게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미국의 규제 기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재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