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만들어진 부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서울 집값 상승과 청년층의 주거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진단했다.
FT는 8일 ‘한국의 AI 부동산 붐이 대통령을 압박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을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불평등과 저출산, 세대 간 자산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적 위험으로 분석했다.
특히 최근 집값 상승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한국의 AI·반도체 호황을 지목했다.
AI 열풍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과 관련 종사자들의 자산이 늘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AI 부(富)’의 일부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FT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 부동산 시장을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한 점도 소개했다. 부동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자산 불평등을 심화하는 동시에 이미 낮은 한국의 출산율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집값 상승을 억제하면서도 급격한 하락까지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집값이 계속 오르면 무주택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는 반면, 가격이 급락할 경우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이런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FT는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출 없이 어떻게 집을 살 수 있겠느냐”며 강력한 대출 규제가 오히려 자산이 부족한 청년층의 주택 구매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문제는 정치적 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FT는 한국갤럽 조사를 인용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로 떨어졌으며 특히 20대에서는 25%에 그쳤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았다.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청년층 사이에서는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확산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여기에 주식시장 변동성과 물가 상승, AI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까지 겹치면서 젊은 세대의 자산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FT는 결국 AI와 반도체라는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역설적으로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세대 간 자산 격차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로서는 투기 수요와 집값 상승을 억제하면서 청년층의 주택 구매 기회를 확보하고, 동시에 기존 주택 소유자의 자산가치가 급락하는 상황까지 피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