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출생시민권 제한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모든 불법·임시 체류 외국인으로 범위를 넓히는 대신 이른바 ‘출산 관광’과 외국 정부 관계자 등으로 대상을 좁히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뉴스1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출산 관광 종식’과 ‘미국 시민권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를 제목으로 하는 2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첫 번째 행정명령은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해 출산하는 외국인과 이를 알선하는 개인·업체를 직접 겨냥한다.
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출산 관광 목적이라고 판단되는 외국인에게 비자와 여행 허가 발급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이미 비자를 받은 경우 이를 취소하거나 미국 입국을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까지 취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출산 관광에 참여한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거나 추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미국 안팎에서 원정 출산을 알선한 개인이나 업체·단체 역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행정명령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시민권 문제를 다룬다.
부모 모두 미국 시민이 아닌 경우를 전제로 부모 중 한 명이 미국이 지정한 테러단체 구성원 등 ‘적성 외국인’인 경우, 외국 정부 또는 국제기구 직원의 자녀, 출생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출산 관광이나 상업적 대리출산을 이용한 경우 등에 출생시민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해당 자녀에게는 미국 시민권을 전제로 하는 여권이나 사회보장번호 등의 정부 문서도 발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각 정부 부처는 앞으로 30일 이내에 구체적인 시행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제한은 향후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시행 시점과 세부 기준은 후속 지침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불과 한 달여 전 대법원에서 출생시민권 제한과 관련해 패소했기 때문이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6대3으로 미국에 불법 체류하거나 임시로 머무는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도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미국 시민권을 갖는다고 판결했다.
다만 외교관 자녀나 미국을 점령한 적군의 자녀 등 기존에 인정돼 온 제한적인 예외는 유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로 이 부분을 활용해 이번에는 기존 예외와 비자 사기 등을 법적 근거로 내세우며 시민권 제한 범위를 다시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미국의 출생시민권 제도가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며 “매우 불공정하기 때문에 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 역시 법원에서 다시 한번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외교적 면책특권이 없는 일반 외국 정부 직원의 자녀까지 시민권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 부모가 출산 관광이나 비자 사기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헌법상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2020년부터 자녀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주된 목적으로 관광비자를 신청했다고 판단될 경우 비자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이민세관단속국도 ‘출산 관광 이니셔티브’를 가동하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미 이민정책연구소는 미국의 출산 관광 규모를 넓게 추산할 경우 연간 약 2만2천~2만6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확한 정부 공식 통계는 아직 없다.
대법원의 제동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적용 대상을 좁힌 새로운 행정명령으로 재도전에 나서면서 출생시민권을 둘러싼 미국 내 정치·법률적 충돌은 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