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디스플레이 시장 세계 1위 탈환을 목표로 민관 혁신전략을 추진한다. 민간에서 5년간 65조원을 투자하면 정부는 세액공제 확대, 특화단지 지정, 규제 해소, 1조원 이상의 R&D 자금 투입 등 제도적 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이를 통해 2022년 기준 현재 37%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50%까지 확대하고, 3년 수준인 경쟁국과의 기술격차를 5년 이상으로 벌린다는 목표다. 또 현재 65%수준인 소재·부품·장비 자립화율을 80%까지 끌어 올리고, 향후 10년간 9000여명의 전문인력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 호텔에서 ‘디스플레이산업 혁신전략 원탁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발전방향과 전략을 발표했다.
◇왜 디스플레이인가…韓, 2004년 이후 17년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독보적 1위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처음 일본을 제친 후 무려 17년간 디스플레이 시장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확보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OLED TV, 폴더블폰 등 세계 최초이자, 세계 최고 프리미엄 ICT 제품들을 출시했다.
디스플레이는 ICT 시장의 혁신을 견인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수출경제 중심의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경쟁국들의 무서운 추격세에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중국은 LCD에 이어 OLED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고 있고, 대만과 일본은 OLED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고자 차세대 마이크로LED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 한국은 지난해 결국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42.5%로, 한국(36.9%)과 대만(18.2%)을 앞섰다. 한국은 2004년부터 17년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유지했지만, 2021년 중국에 추월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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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세계 1위 재탈환…민간투자 전폭지원, 3대 신시장 개척
세계 1위 재탈환을 위해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삼성디스플레이(005930), LG디스플레이(034220)는 IT용 OLED 생산라인 증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등에 오는 2027년까지 6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민간 투자가 적기에 이행될 수 있게 세제·정책금융 지원, 인프라, 규제개선 등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단계에 걸쳐 민간투자를 뒷받침한다.
이미 지난 2월부터는 조세특례제한법 상 국가전략기술로 OLED, QD(Quantum Dot), 마이크로LED(Light Emitting Diodes) 등 패널기술 3개 및 관련 소부장 2개 기술 등 총 5개의 디스플레이 핵심기술러 지정해 기업의 투자부담을 낮췄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주요 금융기관은 신규 패널시설 투자, 디스플레이 장비 제작자금 등에 약 9000억원의 정책금융을 공급 하고 있다.
정부는 나아가 국가첨단산업법에 따른 디스플레이분야 첨단전략 세부기술을 신속히 확정하고, 디스플레이 특화단지 지정을 적극 검토해 전력·용수·폐수처리·도로 등 인프라 지원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향후 5년에 걸친 이 같은 민간투자 계획이 현실로 이뤄지면 관련 소·부·장 기업들에게도 109조원에 달하는 연관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투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더해 3대 신시장 개척에도 주력한다.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투명·XR·차량용 디스플레이다.
정부는 이 같은 3대 융복합 시장의 매출을 2022년 9억달러에서 오는 2027년 150억달러 수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실증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약 6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투명 디스플레이를 다양한 산업과 접목하는 실증 R&D에는 약 100억원을 투자한다.
메타버스 시대에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XR기기용 초소형(패널 크기 0.3인치 이하) 디스플레이 성능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조성, 제조·물류 등 유망분야를 대상으로한 실증 R&D 지원 등에 약 300억원을 투입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경우 기존 계기판 외에도 차량제어, 조수석 등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범위가 지속 확장됨에 따라, 제품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실증센터를 구축하고 관련 실증사업에 약 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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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초격차 경쟁력 5년으로, 든든한 공급망 구축…9000명 인력양성
정부는 경쟁국과의 초격차 경쟁력을 5년으로 벌리기 위해 4200억원 규모의 R&D 자금을 집중 투입한다. IT용 8세대, TV용 10세대 장비·공정 등 대량 양산기술을 고도화해 생산원가를 낮추고, 신축성, 발광효율 등 OLED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단단한 공급망 구축으로 흔들리지 않는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주력한다.
정부는 5000억원 이상의 R&D 자금을 투자해 소부장 자립화율을 80%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특히 OLED 디스플레이의 화질·수명 등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기술 난이도로 인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FMM, 노광기, 봉지장비 등 주요 품목과 고투명 전극소재, LED 에피 성장장비 등 미래 성장성이 높은 품목 등을 중심으로 총 80개 품목에 대해 본격적인 기술 자립화에 나선다.
국산화에 성공한 품목은 수요기업과 연계해 성능평가, 사업화까지 전 주기에 걸쳐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에 퀀텀닷 등 차세대 기술을 추가하고 핵심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으뜸기업으로 지정, ‘기술개발-사업화-규제’ 등도 패키지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디스플레이 소부장 으뜸기업을 20개사로 확대하고 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을 8개사에서 15개사로 확대한다.
지속발전 가능성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도 추진한다. 정부는 민간과 향후 10년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도할 우수 인력 9000명을 양성한다. 패널 기업은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통해 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적기에 육성한다. 정부도 특성화대학원 개설, 산학 R&D 등을 적극 지원해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하고, 학부 전공트랙 신설도 추진한다.
핵심인력과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디스플레이 퇴직 인력을 OLED 혁신공정센터 교수, 실습 강사 등으로 채용해 업계 노하우가 계승되도록 유도한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국가핵심기술 수출을 승인받은 기업에 대해 승인 조건 이행 여부, 인력 관리 등에 대한 현장조사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오늘 발표한 혁신전략은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고민한 결과이자 세계 1위 탈환을 위한 여정의 첫 걸음이라는 의미가 크다”면서 “전략에서 제시한 핵심 목표를 민관이 힘을 합해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참석, “디스플레이 핵심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해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정책금융·연구개발(R&D)·인력양성과 함께 안정적인 공급망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