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공급부족 사태를 불러일으킨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올해 생산량 확대에 힘입어 약 9조원대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2일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반도체 매출 규모는 약 76억달러(약 8조793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23%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고치로 예상된다. 차량용 반도체의 핵심인 MCU는 최근 10여년간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도 성장성이 크게 높지 않은 제품으로 꼽힌다.
IC인사이츠도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7년에 12% 증가한 글로벌 차량용 MCU 매출은 2018년에 1% 성장하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던 와중에 2020년 상반기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2020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글로벌 확산세가 다소 완화되면서 자동차 시장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최신 제품들에 비해 기술발전이 더딘 8인치(200㎜) 웨이퍼 팹에서 주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공급량을 줄였다가 하반기에 갑작스럽게 생산량을 확대하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다가 올해는 지난 2월 미국 텍사스 지역의 기록적인 한파까지 덮치며 삼성전자, NXP, 인피니온 등의 반도체 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의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도 지난 3월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3개월여만에 복구를 마쳤다.
IC인사이츠는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이 MCU 생산을 늘리고 있다”면서 “파운드리 기업인 TSMC도 지난 7월에 3분기 MCU용 웨이퍼 용량을 전년 대비 60% 늘릴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선 반도체 부족에 따른 일시적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여파가 산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차량용 반도체 제품 중에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를 담당하는 MCU 매출 비중은 7억8000만달러로 전체의 약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90%는 엔진 제어, 파워트레인, 브레이크, 배터리 관리 등의 차량의 주요 부품을 다루는 MCU의 몫이다.
IC인사이츠는 앞으로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계속해서 고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2022년엔 올해보다 매출액이 14% 늘어나고 2023년에도 1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2024년에는 글로벌 매출도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