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번지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가계 부담이 커졌지만, 50년 넘게 재정적자를 이어온 정부는 추가 지원에 나설 여력이 부족하다. 공공 지출을 줄이면 시민 반발이 커질 수 있어 재정 대책도 난항을 겪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프랑스 전역에서 최대 80만 명이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고물가와 연료비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방화와 약탈 등 폭력 사태도 발생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1% 상승했다. 8월의 2.4%보다 오르며 2024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이 21.3% 뛰었고, 경유와 휘발유 가격은 각각 44.1%, 25.7% 올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5%였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원유 수송로에 차질이 생긴 가운데,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16일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연료비와 난방비뿐 아니라 운송·생산 비용에도 영향을 미쳐 소비와 경기를 압박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5%로 전망하고 있다.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1974년 이후 균형재정을 달성하지 못했다. 국가부채는 약 3조6,000억 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육박하고, 재정적자는 최근 3년 연속 GDP의 5%를 웃돌았다. 올해 적자도 5.4%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유럽연합(EU)의 기준인 3%를 크게 넘어선다.
금리 상승으로 국채 이자 부담도 늘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달 한때 5%에 근접해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간 이자 지출은 올해 약 790억 유로에서 2027년 910억 유로로 늘어 교육예산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지출 삭감과 세입 확대를 통해 430억 유로 규모의 재정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시행해도 내년 재정적자는 GDP의 5% 수준으로 예상된다. 조세부담률이 이미 GDP의 약 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4%를 웃돌아 증세도 쉽지 않다. 연금·복지·교육 지출을 줄이는 방안 역시 시민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프랑스가 시장 신뢰를 유지하려면 2027년 예산안을 제때 통과시키고 재정 건전화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프랑스 담당자는 현재 상황을 “자금 조달의 문제가 아니라 재정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생활비 부담 완화 요구와 재정 긴축 압박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좁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