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베트남 공장 2차 협력사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사고’ 불똥이 국내 본사로까지 튀면서 삼성전자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직접 거래가 없는 2차 협력사에서 발생한 일인 데다 ‘관리 감독’ 영역마저 벗어난 ‘범죄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삼성전자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29일 삼성 서초사옥에서는 반올림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 시민단체들이 베트남 내 삼성전자 2차협력사에서 발생한 ‘메탄올 중독사고’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베트남에서는 삼성전자 2차 협력사인 H사에 현지업체가 메탄올이 다량 함유된 ‘가짜 에탄올’을 납품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H사 직원 1명이 숨지고 30여명이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공안당국은 ‘가짜 에탄올’ 제조 및 유통 경로 등을 수사 중이다.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 부실 등을 들어 삼성전자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삼성전자의 관리 소홀로 몰아가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의 2차 협력사가 자체적으로 다른 현지업체로부터 에탄올 납품을 받는 과정에서 범죄 피해를 당한 것이고, 삼성전자 역시 피해자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H사는 납품업체로부터 해당 물질이 에탄올이라는 인증서인 ‘MSDS'(Material Safety Data Sheets)도 제공받았다. MSDS는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위험성·응급조치요령·취급방법 등 16가지 항목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자료로 한국과 베트남은 물론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사용된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사업장의 유인 공정에서는 메탄올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협력사들도 무인 자동화 공정 등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메탄올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지속적으로 점검·교육하고 있으나 범죄 피해에 노출되는 경우를 100%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에탄올을 사용하는 협력사에 에탄올 입고 전 시료 분석을 통해 성분을 검증하는 절차를 추가로 도입했고, 특별 현장점검과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에 나섰다. 시료 분석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평소에도 협력회사가 제조 공정에서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현장점검 △컨설팅 제공 △화학물질 관련 설비 개선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직접 거래 관계가 없는 2차 협력회사의 경우 1차 협력회사를 통해 동일한 규정과 가이드가 전달될 수 있도록 조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다 보면 이번 ‘납품 사기’ 사건처럼 국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해프닝이 종종 벌어진다”며 “따지고 보면 국내 기업들도 피해를 당한 셈인데 일부에서 대기업을 공격하는 소재로 악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이날 “베트남 2차 협력사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공안이 수사 중”이라며 “재발방지책 마련과 조속한 사고수습을 위해 1차 협력회사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