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지하철에 자폐스펙트럼 장애인 등 신경다양성 승객을 위해 설치된 ‘진정 공간(Calm Space)’이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싸였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간이 지나치게 작고 개방돼 있어 실제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CNN에 따르면 런던교통공사(TfL)는 자폐증 관련 자선단체 오티스티카(Autistica)와 협력해 런던 서부 일링 브로드웨이 지하철역에서 최소 4주간 진정 공간을 시범 운영한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을 비롯한 일부 신경다양성 승객은 지하철의 큰 소음과 인파, 복잡한 환경 등으로 심각한 감각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TfL은 이들이 이동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미국 업체 눅(NOOK)이 제작한 소형 개방형 부스를 역 안에 설치했다.
TfL은 “대중교통 이용을 버겁게 느끼고 이동을 계속하기 전 잠시 멈춰 안정을 되찾고 회복할 조용한 공간이 필요한 승객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공개된 부스의 모습에 이용객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이용자는 작은 크기와 디자인을 두고 “개집 같다”, “개미를 위한 진정 공간처럼 보인다”, “호빗을 위한 공간이냐”고 비꼬았다.
특히 실제 자폐스펙트럼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공간의 구조와 위치가 사업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이런 공간이 필요한 사람으로서 구조도 위치도 전혀 진정할 수 있는 곳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스가 승강장으로 향하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인근에 설치돼 있어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장소에서 제대로 안정을 취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 다른 자폐스펙트럼 당사자는 “저 공간에는 문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지붕이 달린 벤치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지 않도록 차라리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의 전자담배 흡연 장소나 취객의 잠자리 등 원래 목적과 다르게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TfL의 이번 사업은 신경다양성 승객의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범사업이다. 다만 실제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공간의 크기와 차폐 정도, 설치 위치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