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풍스러운 멋을 담아내는 한지공예가들이 미국 주류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앨라배마주의 지역신문 몽고메리어드버타이저가 한인 한지공예가들을 조명한 소식을 다뤄 눈길을 끌고 있다.
백수정씨는 지난 2월 앨라배마한국교육경제파트너십(A-KEEP)이 주최한 한지 공예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국제학생-교사 교류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현재 무료 한국어 강좌로 발돋움한 코너다.
그 인연을 계기로 백 씨는 지난 5월 관객들에게 한국의 전통 예술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백 씨는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8년 전 몽고메리로 이주해 번(Vaughn) 로드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9월과 10월에 전시회를 열기를 원했어요.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백 씨는 그로부터 4개월간 전시회 준비에 매진했다.
한지를 소재로 예술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전시될 54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공예가들은 철사를 사용해 인형의 몸을 구성했다. 이어 밀가루와 물을 섞어 죽처럼 끈적끈적한 소재를 끓이고 한국에서 수입한 한지 조각들을 구조물에 덧대어 작품의 골격을 잡아나간다.
베이스 코트가 마르면 또 다른 피부층을 입혀야 한다. 이 작업도 만만치 않다. 섬세하게 작은 조각들을 붙여야 부드러운 피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층이 완전히 마르지 않으면 썩게 마련이다. 이 말은 매 순간마다 온종일 건조하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예가들은 섬유질 소재를 손톱보다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수개월 동안 공을 들여야 한다.
이은정씨는 “한지 작품을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취미로 미술을 그리기 시작해 백씨 학원에 3년째 다니고 있다.
백씨는 “한지(Hanji)는 문자 그대로 한국의 종이를 뜻한다”며 “매우 흥미롭지 않은 토픽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지를 제작하는 관습은 3~6세기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뽕나무 안쪽 껍질에서 얻어 섬세한 모양이지만 내구성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 예로 704년 제작된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관 대다라니경이 한지로 만들어졌음을 강조했다.
윤혜경씨도 창작에 참여했다. 윤 씨는 3D 홀로그램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2009년 몽고메리로 이주한 뒤 전업주부로 공예를 하고 있다. 한지 공예는 윤 씨에게 창의력을 발휘할 새로운 도전 과제였고 두 딸과 함께 작업에 몰두했다.
“아이들이 항상 집에서 싸우기 때문에 다정한 자매 인형을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윤씨는 웃으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