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공수가 뒤바뀐 여야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한국형 FBI) 설치 논의를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국회 후반기 원(院)구성 등 다양한 현안을 둘러싼 치열한 기 싸움에 돌입했다.
12일 여야에 따르면 양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전날(11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상견례를 열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서로의 탐색전에 그친 여야 원내지도부는 다시 접점을 좁히기 위한 재협상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최종 합의까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가장 첨예하게 맞붙은 부분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 여부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후보자뿐 아니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정호영 보건복지부·원희룡 국토교통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입장을 고수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저희는 여전히 한덕수 후보자가 부적격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막 취임했기 때문에 총리 인준을 포함해 여러 가지 정치적 현안들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책무를 양당 모두 갖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 후보자 인준을 한동훈 후보자, 정호영 후보자와 연계하느냐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이같은 주장은 새 정부 출범에 대한 ‘발목 잡기’라며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조속한 국회 본회의 인준 표결을 촉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정부가 출범했고 대통령이 취임했다. 국무총리 인준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총리 인준은 어느 정도 협조하는 게 국회의 책무이기 때문에 서로 입장차가 있지만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중수청 설치를 위한 국회 사개특위 구성 협의도 평행선을 달렸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사개특위 구성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통과한 만큼 조속하게 가동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수청 입법과 맞물려 21대 국회 후반기에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이양하기로 한 민주당이 이를 번복하며 생긴 갈등 국면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선 중수청 입법을 위해서라도 법사위원장을 고수해야 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제1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해서 법사위원장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검수완박) 합의안을 파기한 것을 문제 삼아 합의안 파기로 맞불을 놓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지난해 여야 간 이뤘던 원구성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독선’, ‘뻔뻔스러움의 극치’, ‘동네 반상회’라고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말을 바꾸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여당일 때 여당이란 이유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강탈해가더니 대선에서 패배하니 야당 몫이라 우기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법사위원장도 다시 가져간다고 하는데 이것은 협치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데 사개특위 참여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