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씨…심상치 않아.”(중국어)
1월11일 오후 3시37분쯤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현장 작업자가 한숨을 쉬면서 위험을 예고하는 모습이 CCTV를 통해 확인된다.
반듯했던 바닥은 아랫부분이 주저앉으면서 반달모양으로 휘어 있었고, 이를 본 한 근로자는 중국어로 “심상치 않아”라고 말한다. 또 연거푸 “아이씨, 오우” 등을 외치기도 했다.
이후 10여분 후 이 아파트 201동은 굉음과 함께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내렸다. 무너질 당시 콘크리트 덩어리와 함께 먼지 등이 비산했고, 불꽃이 튀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아파트 붕괴 사고로 6명의 작업자가 연락이 두절됐고, 3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차량 10여대가 매몰됐다. 또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100여명이 대피했다.
소방 구조대 등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추가 붕괴 우려 때문에 수시간 동안 구조작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오후 7시쯤 119구조견 2마리가 아파트 사고 현장 건물 잔해에 있을지도 모르는 부상자 수색을 위해 투입됐고, 드론으로 아파트 내·외부에 대한 수색을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사고 발생 다음날인 12일 광주시 등은 18명의 안전진단 전문가를 투입해 안전성 여부를 확인, 오전 11시20분부터 구조견 6마리와 인원 6명을 사고현장에 투입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또 지난해 학동 참사 발생 후 1년도 안된 상태에서 사고가 이어진 만큼 광주시도 현대산업개발이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건축건설 현장의 공사 중지명령을 내렸다. 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하는 공사는 5개 단지 7948가구다.
사고 발생 이틀 후인 13일 오전 11시14분쯤 연락이 두절됐던 작업자 1명을 발견, 14일 오후 6시49분쯤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이 작업자는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다.
1명의 실종자를 찾은 소방당국 등은 또다른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과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추가로 실종자를 찾지는 못했다.
오히려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콘크리트 덩어리나 목재 등 낙하물이 발생하면서 수색이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타워크레인의 붕괴가능성이 제기돼 안전을 위해 타워크레인 조종실을 해체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크레인과 인접한 외벽 옹벽의 기울기가 허용 기준치인 45㎜ 이내를 넘어선 80㎜까지 움직이기도 했다.
구조당국 등은 수색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추가 보강작업을 벌였고, 수색은 장기화됐다.
장기화된 수색과 구조작업 과정에서 각종 부실공사 의혹이 제기됐고, 경찰은 사고 원인, 부실공사 여부 등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붕괴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고 직후 수사본부를 꾸려 현산 본사와 하청업체 등 총 4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공사 현장에서의 관리감독을 소홀히해 붕괴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 11명을 입건했고, 하청업체 관계자 등 참고인 50명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쳤다.
수사 과정에서 붕괴 당시 201동 39층에서는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한창이었음에도 동바리가 설치돼 있어야 하는 38층과 37층·36층에서 동바리가 무단으로 해체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인근 203동 39층에서도 슬래브가 무너지는 일이 발생, 재시공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양생도 충분한 시간을 거친 것이 아니라는 작업일지 내용도 확보했다.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15일째인 지난달 25일 붕괴 아파트 27층에서 실종자로 추정된 혈흔과 작업복을 발견했다. 27일에는 28층에서 세번째 실종자를 발견했다.
설 연휴에도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과 구조작업은 진행됐고 26층에서 네번째 실종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지난 2일 붕괴아파트 28층에서 22층까지 붕괴된 콘크리트 잔해물이 추락하면서 수색과 구조작업이 중단됐다. 32시간 만에 재개된 수색 작업을 통해 4일 5번째 실종자가 28층 안방에서 발견됐고, 지난 7일 27층에서 여섯번째 실종자를 발견했다.
구조당국은 사고발생 29일째 되는 날인 8일에 실종자들을 모두 구조했지만 이들은 모두 차가운 시신으로 가족들 품에 돌아왔다.
광주시 등은 구조작업이 완료된 만큼 피해자의 장례 지원과 유가족과 인근 피해 상가에 대한 피해보상 등을 도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