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 이어 상원의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미 국방예산의 규모·용처 등을 정한 법안)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그간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주한미군의 역할과 함께 그 규모 또한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 2019~21회계연도 NDAA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일방적으로 감축하는 걸 막고자 ‘주한미군을 일정 규모 이하로 줄이는 데 예산을 쓰지 못하도록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2019회계연도 NDAA에선 주한미군 병력 수를 2만2000명 밑으로 줄일 수 없게 했고, 2020·21회계연도 NDAA에선 주한미군 병력 수를 현 수준인 2만8500명으로 못 박았다.
그러나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22일(현지시간) 제출한 2022회계연도 NDAA를 보면 앞서 2일 하원 군사위가 의결한 NDAA와 마찬가지로 이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 상·하원 군사위의 이 같은 결정이 현재 미 국방부가 진행 중인 ‘해외주둔 미군 배치 재검토'(GPR)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올 2월 “전 세계 미군의 배치와 자원, 전략, 임무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등 아시아·유럽 동맹국에 대한 미군 주둔은 각국과의 ‘동맹’ 관계를 고려해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NDAA에도 한미관계와 관련해 “양국 간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평화롭고 안정적인 한반도’란 공동 목표를 지원하면서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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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 기지에 계류 중인 미국 헬기들. 2021.8.10/뉴스1 © News1 |
그러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커트 캠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등 바이든 백악관 안보팀 주요 인사들이 그동안 전 세계 미군 배치와 관련해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한 신속한 군사력 전개 필요성을 강조해왔음을 감안할 때 “주한·주일미군의 즉각적인 감축은 없더라도 그 역할이나 임무엔 일정 수준의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를 테면 주한미군엔 한반도 유사시 대응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역에 언제든 투입될 수 있는 ‘신속기동군’ 역할이 부여될 수 있단 것이다.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5월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 당시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역외(한반도 밖) 긴급 상황을 지원하고 역내 위협에 대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며 역외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상원 군사위는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상대적 이점을 심화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과 파트너십에 다시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사위는 또 중국·러시아·이란과 함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거론하면서 이들로부터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는 게 최우선 순위”라고 적시했다.
군사위는 특히 북한에 대해선 NDAA에 첨부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중국·러시아에 비해선 적은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소형화된 핵탄두와 △전술핵무기 △다핵탄두 탄도미사일(MIRV) △다양한 사거리의 고체연료 탄도미사일과 △원자력추진 잠수함 △극초음속활공비행체(HGV) 등의 개발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군사위는 최근 10여년간의 국제 안보환경 변화 등을 평가할 의회 차원의 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미 의회의 2022회계연도 NDAA는 앞으로 상·하원 본회의 심의·의결과 양원 합동위원회 조율 및 표결,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