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란에 헬기용 정밀유도미사일 발사대 90기를 공급하기로 합의한 정황이 러시아 방산업체 내부 문서에서 확인됐다. 다만 문서에는 발사대가 실제 생산돼 이란에 인도됐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러시아 방산업체 빔펠의 2024~2025년 생산계획에는 ‘K-10’이라는 구매자에게 APU-L 발사대 90기를 수출하는 계약이 기재돼 있다.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업체 로소보론엑스포르트가 이란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코드명이 K-10이다. 문서는 우크라이나 민간 정보분석기관 댈러스애널리틱스가 FT에 제공했다.
빔펠은 2024년 5월 다른 러시아 방산업체에 보낸 서한에서 발사대 부품 공급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납품이 지연되면 여러 계약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생산계획에는 러시아 고객사 외에 중국의 발사대 주문도 함께 기록돼 있었다.
APU-L 발사대는 러시아의 Mi-28 공격헬기에 장착되며, 발사대 한 기에 경량 다목적 유도미사일(LMUR) ‘이즈델리예 305’를 두 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비행 중 운용자가 목표를 조정할 수 있고 이동 표적도 공격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2022년부터 이 미사일을 실전에서 사용해 왔다.
이란은 Mi-28 헬기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국방부 차관은 2023년 헬기 도입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밝혔고, 올해 1월에는 테헤란의 항공시설에서 Mi-28로 보이는 헬기가 촬영된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다만 이란이 이번 계약에 따른 발사대를 실제로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계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가는 가운데서도 이란과 군사 협력을 추진해 온 정황을 보여준다. FT는 앞서 러시아가 이란의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을 지원하고, 베르바 휴대용 방공미사일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란은 러시아에 샤헤드 자폭 드론을 제공하고 현지 생산체계 구축을 지원해 왔다.
다만 러시아의 지원이 이란 전쟁의 판도를 바꿀 정도인지는 별개라는 평가도 나온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한나 노테 유라시아 담당 국장은 러시아가 이란을 돕더라도 미국과 다른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관여 수준에 한계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의 지원이 이란에 작전상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전쟁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