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공약한 후보들이 잇따라 당선되자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주민 반발과 인허가 지연에 대비해 해외에 시설을 짓거나, 사막처럼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역을 후보지로 검토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선거 직후 직원들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주민 반발과 향후 건설 계획을 논의했다. 그는 물 사용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우려를 이해한다며, 사막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안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는 내년 데이터센터 확보 목표를 재검토하고 있다. 개발 담당 직원들도 새로 당선된 민주당 주지사들과 어떻게 협의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실제 투자 일정과 부지 선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선거에서는 텍사스와 조지아, 오하이오 등 데이터센터 투자가 활발한 지역에서 규제 강화를 내세운 민주당 후보들이 주지사에 당선됐다. 시장정보업체 클린뷰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계획된 데이터센터 용량의 약 40%가 신규 건설 중단이나 유예를 공약한 주에 집중돼 있다. 기술 투자자 브래드 거스트너도 내년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 가운데 최대 35%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두 수치는 분석 기준이 달라, 실제 영향을 받는 사업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메타는 미국 내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의 AI 인프라 사업을 총괄하는 디나 파월 매코믹 사장은 WSJ 기술 콘퍼런스에서 신규 부지를 확보해 처음부터 시설을 짓는 일이 “매우 도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해 온 한 주지사 당선인이 선거 뒤 메타 측에 지역 투자를 유지할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도 전했다.
기업들은 규제에 대응할 방안도 내놓고 있다. 오픈AI는 데이터센터 협상 과정에서 공직자에게 비밀유지계약을 요구하지 않고, 전력·용수 사용량과 소음 영향을 공개하며 지역사회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미국에 인프라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해외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공개했다. 회사는 증권신고서에서 주·지방정부의 건설 유예 조치가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이전이 곧바로 대규모 투자 이동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물을 확보해야 하고, 부지·인허가·통신망 조건도 갖춰야 한다. 기업들은 기존 시설을 확장하거나 지역사회에 투자 혜택을 제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선거 결과가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커졌지만, 데이터센터 사업이 전국적으로 중단된 것은 아니다. 구글은 선거 다음 날인 5일 와이오밍주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새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빅테크의 다음 과제는 투자 속도를 유지하면서 주민 동의와 지방정부의 인허가를 확보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