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전 미국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외교를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을 지낸 틸러슨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도된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하고자 한 조치가 우리의 국가안보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등을 그 예로 들었다.
틸러슨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을 폄하하고 이 나쁜 놈들을 친구처럼 대하면 국익을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어쩌면 김정은에게 ‘우리가 멋진 단짝’이라고 알린다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이후 김 위원장과 2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2019년 6월 한국 방문 때도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 또는 연기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한 국제사회의 대북 비판 움직임과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북미 간 협상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대상·방식과 그에 대한 보상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에 현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 틸러슨은 “우린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낭비했다. 그(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났을 때 그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며 “그건 그와 나 사이에서도 마지막 지푸라기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틸러슨은 또 중국·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며 “오늘날 우린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보다 더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평가했다.
틸러슨은 “트럼프는 미국의 동맹국들을 ‘약자’로 봤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면서 “국제적 사건과 세계사, 미국 역사에 대한 그의 이해는 정말 제한적이었다. 왜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사람과 대화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바람에 정말 답답했다. 매일 그에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그에게 무엇이 진짜인지를 설명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틸러슨는 오는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대해선 “중국이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향후 10년 내 우리(미국)와 군사적 갈등을 격을 수도 있다”며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 최대 석유기업 액슨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틸러슨은 앞서 북한·러시아 관련 문제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다 2018년 3월 경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