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임명 4개월여만에 돌연 사퇴한 가운데 김규현 국정원장은 26일 자신과 조 전 기조실장간 ‘인사갈등설’이 불거진 것에 대해 “그런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 형사부장(검사장)에 발탁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인사와 조직, 예산을 담당하며 ‘국정원 실세’로 불리는 자리다.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 후 기자들과 만나 조 전 실장의 사의 배경에 대해 김 원장이 “모른다”거나 “인사갈등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김 원장은 ‘음주와 관련 내용이냐’는 질문에 “모른다”, ‘인사갈등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런 사항은 없다”, “인사갈등 없다”고 답변했다.
윤 의원은 “김 원장에게 ‘조 전 실장이 비리로 사의표명한 것이냐’고 물어도 (김 원장은) ‘모른다’는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도 말을 아끼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 전 실장의 사의 배경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라며 “개인적 사정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리, 범죄와의 연관성 여부나 김 원장과의 인사 갈등 여부’ 등에 대한 연속된 질문에 거듭 “개인적인 사유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국정원 주변과 정치권 일각에선 김 원장과 조 전 실장이 국정원 간부 인사 문제를 두고 내부 갈등을 빚은 게 원인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언론을 통해 국정원 핵심 보직 인사를 둘러싸고 김 원장과 조 전 실장이 갈등을 빚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조 전 실장이 아닌 김 원장의 인사안을 받아들이자 조 전 실장이 사직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날 조 전 실장 면직이 알려지자 페이스북에 “인사 문제로 원장과 충돌한다는 등 풍문은 들었지만 저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적었다.
더욱이 조 전 실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김 원장이 배제돼있었다는 점도 이같은 추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정원과 대통령실에 따르면 조 전 실장은 대통령실에만 사의를 표명했을 뿐 정작 직속 상관인 김 원장에게는 의사를 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국정원장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임면권자가 대통령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하는 게 먼저”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국정원 관계자도 “국정원장이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면 원장을 패싱하고 대통령께 직보했다는 말이 되지만, 임면권자에게 사의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며 “일반적인 행정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조 전 실장 후임자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25일) 조 전 실장 사의를 받아들여 이날자로 면직 처리를 했는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뉴스1에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53)가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조 전 실장의 사퇴가 일찍이 예고돼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차장검사는 사법연수원 28기로 법무부 법무과 과장과 대검찰청 수사지휘과·정책기획과 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20년 2월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로 부임했으나 같은해 9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검찰 정기인사 후 검찰을 떠났다.
당시 추 전 장관 아들의 군복무 중 휴가 미복귀 사건 수사를 지휘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전 차장검사는 같은해 10월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