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흰 소의 해다. 소는 우직하고 온순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흰 소는 여기에 상서로운 기운이 더해져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다.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대표적인 동물이 소다.
◇ 밭 갈고 이동수단…농경사회에서 필요한 동물
소는 십이지신(十二地神)에서 두 번째다. 여기에는 사연이 하나 있다. 동물들은 땅을 지키는 열두 신들의 순서를 정하기 위해 경기를 했다. 소는 자신이 느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장 빨리 출발했다. 하지만 결승점에 도착 직전 소뿔을 잡고 온 쥐가 뛰어내려 결승점에 먼저 발을 들이면서 쥐가 십이지신의 첫 번째가 되고 소가 두 번째로 밀려났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소와 관련해서는 우보천리(牛步千里) 사자성어가 유명하다. 소의 걸음으로 천 리(약 393km, 서울 부산 간 거리)를 간다는 뜻으로 서두르지 않고 일을 처리한다는 의미다. 이 사자성어에서 알 수 있듯이 농경사회에서 소는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쉬지 않고 밭을 갈면서 사람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줬다.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을 소에 비유하기도 한다.
운명을 읽는 코드 열두 동물(천진기 저) 등에 따르면 조상들은 소를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넘어 농사를 짓는 데 중요한 수단으로 여겼다. 밭을 가는 것 뿐 아니라 이동 수단으로도 사용했다. 목돈 마련에도 유용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소를 팔면 4년 간 대학등록금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1년 간 대학등록금도 내기 어려울 정도로 소값이 하락했다.
우직하고 온순한 소는 끈질기고 힘이 세다. 사납지는 않다. 조상들은 소의 이 같은 성격을 좋아해 ‘소는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이 있다’고 칭송했다.
다만 경북 청도, 전북 정읍 등에서 열리는 소싸움 경기에서는 다소 사나운 소를 볼 수도 있다. 최근에는 동물복지 인식이 높아지면서 소싸움에 대해 ‘동물학대’라며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민속 전통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기도 한다.
흰 소의 해인 2021년 경상남도 함양군에 자리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 운동장에서 백우 어미소와 송아지가 나란히 걷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2021.1.1/뉴스1 |
◇ 100만분의 1 확률, 흰 소는 알비노 돌연변이…국내도 25마리 사육중
소는 단백질 공급원이면서 가죽은 가방, 신발 등 원료로 쓰인다.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동물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동물복지 측면에서 소의 희생을 최소화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또한 소가 지구온난화의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과도한 육류 소비를 줄이자는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반추동물인 소는 음식물을 소화하면서 방귀와 트림을 통해 메탄 성분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소 한 마리가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하루에 약 600리터. 소형차 한 대가 1년 동안 내뿜는 가스의 양과 비슷하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메탄 저감 기술 개발을 연구 중이다.
과거 신성시되던 흰 소(이하 백우)는 사실 돌연변이다. 선천성 색소결핍증인 알비노(Albino) 종이다. 백우는 황소 사이에서 100만분의 1 확률로 태어난다. 태어날 때부터 체질이 약해서 폐사율이 높은 편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는 2009년 백우 3마리를 수집한 이후 생명공학기술을 통해 복원 및 증식하고 있다. 소에게서 유전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질병 연구를 위해서다. 현재 25마리를 사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