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검찰권’ 회복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의 하나로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줄이고 법무부 장관의 통제를 강화했던 조치들이 속속 원상회복되는 모양새다.
오는 9월 시행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전에 직접수사를 확대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알리고 위헌 소송에서도 유리한 여론을 만들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또 법무부 장관의 통제를 약화해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도 실천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형사부 분장사무에 ‘반부패’ 병기…검수완박 대응?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달 말 국무회의에서 조직 개편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대검과 일선 청의 의견을 조회한 뒤 법제처와 행안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할 방침이다.
2019년 10월 이후 검찰 직접수사부서의 약 70%가 단순 형사·공판부로 전환됐다. 동시에 형사부에서 수사개시를 하기 어렵도록 형사부 분장사무가 개편되면서 형사부의 직접수사 기능도 축소됐다.
반부패·공공수사·강력 전담부서가 폐지된 지검은 형사 말(末)부에서 해당 기능을 전부 분장하고, 지청은 모든 부서가 형사부 분장사무만 담당하게 된 것이다.
법무부는 모든 수사개시 사건을 사전에 검찰총장의 승인까지 받도록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형사 말부에서만 모든 유형의 사건을 수사 개시하게 되면서 업무가 과도하게 집중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서울서부지검에서는 경제 범죄인 유사수신 고발 사건을 경제 전담부서인 형사4부에서 직접 수사할 수 없어 형사 말부로 재배당해야 했다.
이에 법무부는 ‘일반 형사사건’을 규정하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제13조 제4항’의 ‘가~다’목을 삭제해 전국 청의 모든 형사부가 직접수사 범위에 제한을 받지 않게 할 방침이다.
또 반부패·공공수사·강력 등 전담부서가 없는 지검 및 부치지청 이상 지청의 형사부 분장사무에 반부패·공공수사·강력 등 전담부서 분장사무를 병기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관장 재량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다만 이를 두고서는 검수완박을 앞두고 반부패수사부를 확대하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는 9월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는 기존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로 축소된다. 이에 대응해 반부패 수사 기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형사부로 전환된 직접수사·전문부서는 전문성을 나타낼 수 있게 이름을 변경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서울중앙지검 형사제10부는 공공수사제3부로 이름을 바꾼다. 근로감독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에 따라 집단적 노사관계를 직접수사할 수 있다고 법무부는 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의 사이버범죄형사부는 ‘사이버범죄형사부’, 서울북부지검의 조세범죄형사부는 ‘조세범죄조사부’, 서울서부지검의 식품의약범죄형사부는 ‘식품의약범죄조사부’로 명칭이 바뀐다. 법무부는 대상 범죄가 ‘경제범죄’로서 검수완박 이후에도 직접수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법무장관 검찰 수사 통제권 축소
앞서 법무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설치한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치된 검사 파견 심사위는 운영 과정에서 특정 사건에 법무부장관이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9년 10월 시행된 ‘검사 파견 심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지침'(법무부 예규)에 따라 검사 파견 관련 사항은 심의위의 심사를 받아야 했다. 다만 위원을 법무부장관이 임명하고 회의도 법무부장관의 요청에 따라 소집하는 형태여서 법무부장관의 입김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특히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이었던 2021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금 사건과 관련해 임세진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장 등의 파견 연장이 불허되면서 ‘부당한 영향력 행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법무부 검사 파견 심사위가 폐지되더라도 1개월을 초과하는 검사 파견은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 임시 수사조직을 설치할 때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도 없애기로 했다. 이 내용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1조 1항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당시인 2020년 1월 신설됐다.
법무부는 이 조항으로 법무부 장관이 수사팀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부당한 수사개입’ 논란을 일으키고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할 위험성이 크다고 봤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파견 허가권·수사팀 허가권 등을 부여해 법무부장관의 권한을 강화했었다”면서 “법무부장관은 이런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총장 눈과 귀’ 정보수집 부서 기능 회복하나
대검 수사 정보수집 부서의 기능을 회복하는 직제 개편도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처음 설치돼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렸던 범죄정보기획관실은 문재인 정부 동안 수사정보정책관실(2018년)→수사정보담당관실(2020년)→정보관리담당관실(2022년)로 계속 쪼그라들었다.
이 과정에서 차장검사가 지휘하던 범정기획관실은 부장검사급으로 격하됐고, 인력도 40여명에서 20여명으로 줄었다. 정보관리담당관실이 되면서 정보 수집 범위도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가 가능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한정됐다. 또 ‘수사정보 검증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해 정보 수집 과정과 타당성 등도 검증받도록 바뀌었다.
한동훈 장관은 인사청문 답변에서 “대검찰청의 수사 정보수집 부서를 폐지하면,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며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면, 대검찰청 정보수집 부서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바람직한 조직개편 및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