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에 대해 ‘선지원·후정산’을 적용해 100조원 규모를 지원하는 방안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제안하며 정부와 야당을 코너에 몰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 15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위중증 치료 현장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50조원 지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100조원 지원을 말해 정부의 결정 여지가 넓어졌다”며 “선(先)지원·선보상(한 다음 정산하는 방식)을 적절히 섞고 지금처럼 금융 지원이 아니라 재정 지원 확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재정지원 확대에 따라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마침 야당의 적극적인 주장도 있고 저도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추경 편성으로 화답해주길 부탁한다”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앞에서는 지원을 대폭 늘리자고 하고 뒤에서는 발목 잡는 이중 행태로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일침했다.
정부는 대규모 추가 재원에 난색을 보이고, 국민의힘 내부는 지원 규모를 비롯해 시기와 방법 등 각론을 두고도 교통정리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 후보는 김 위원장의 100조원 지원 주장을 수용, 역공을 펼치는 것으로 며칠째 이슈 주도권을 끌고 가고 있다. 지역 순회에서도 100조원 지원이 되레 이 후보의 무기처럼 쓰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정부가 추경안을 받으라고 하면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그리 아끼겠다고 하겠나”라며 “100조원은 많은 돈이 아니다. 이번 임시회를 소집해 추경에 합의하고 100조원 지원 방안을 만들자고 제가 계속 얘기하고 있다. 동의하지 않으면 그들(야당)의 사기행위, 정치 기만행위에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일단 이 후보의 추경을 비롯한 정책적 제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스피커를 키우는 모습이다.
이 후보가 보라매병원에서 100조원 추경을 언급하던 그 시각 윤호중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당정협의에서 이 후보의 ‘선지원·선보상’ 원칙에 따라 ‘감염병 긴급대응기금’ 조성을 골자로 재정 투입을 정부에 요청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정시장위원회는 100조원 규모의 재정 대책을 구체화해 밝히는 등 전방위 지원사격에 나섰다.
채이배 선대위 공정시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대략적인 소요재원은 2020년 손실보상과 취약계층 지원에 필요한 돈을 기금으로 마련한다는 부분이 약 56조원, 자영업자 부채보장 24조원, 폐업생계비지원 6조원 등 90조~100조원가량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발표될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 방안과 맞물려 ‘이재명표 추경’을 관철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의원은 지난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야가 합의만 하면 10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이 12월 임시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