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4일 열린다.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시절 불거진 각종 비위 의혹을 털어내야 하는 부담에 더해 30여년간 이어온 노동전문가로서의 족적에 근거한 자질 검증이 청문회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범여권 인사청문위원들은 과거 이 후보자의 발언들을 토대로 장관 지명 후 180도 바뀐 그의 입장변화에 대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4일 무소속 윤미향 의원실이 <뉴스1>에 제공한 청문회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장관 지명 후 각종 노동현안에서 과거 노동전문가 시절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주52시간, 최저임금 등에 대한 견해다. 이 후보자는 장관 지명 전 철저한 노동전문가로 ‘주52시간 노동상한제’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주장해왔다.
그는 2017년 한 경제지 칼럼에서 “저성장,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최저임금 1만원은 필요하다. 영세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세계 최고수준의 과당경쟁과 높은 임대료·수수료 등이 핵심 원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한 경제지에 투고한 글에서는 “소득불균형의 원인 및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낙수효과에서 말하는 부의 분배는 틀린 논리”라며 “낙수효과를 위한 경제정책이 성장을 가로막는다. 소득불평등은 경제상정을 가로막고, 극심한 불평등은 세계 경제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면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하기도 했다. 새 정부가 국정방향으로 삼고 있는 민간 주도 시장경제체제와는 결이 다른 인식이다.
이랬던 이 후보자는 장관 지명 후 ‘최저임금’과 관련한 서면 질의에 “문재인 정부가 자영업자 비중이 높고 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이 약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을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우리 경제가 이를 충분히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52시간 노동상한제’까지 주장할 정도로, 근로자 권익보호를 주장했던 그의 입장은 아예 급선회했다.
이 후보자는 ‘주52시간 유연화’와 같은 새 정부의 근로시간 선택적 확대 관련 서면 질의에 “근로자 건강보호를 위해 실근로시간은 단축해 나가되 근로시간 제도는 노사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강화해 현장의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태세 전환했다.
8년 전인 2014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더 이상 장시간 노동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와 정합성이 없다”며 “이러한 왜곡된 체제, 지속가능하지 않은 체제는 그동안 정부의 편향적이고 잘못된 노동정책과 행정해석의 결과다. 국회가 그동안 직무를 유기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까지 비판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인식 변화도 눈에 띈다.
가깝게는 올해 초 이 후보자는 한 언론사 칼럼에서 당시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하는 경영계 주장에 “기업인 단체 등에서 중대재해법 시행연기와 전반적 규제완화 혹은 친기업적 각종 지원책을 요구한다”며 “이 같은 기업의 대응은 세계적 메가트렌드와는 맞지 않다”고 비판했었다.
4개월여 지난 현재 같은 입장인 지를 묻는 윤 의원의 서면질의에 이 후보자는 “산업현장 우려를 고려해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를 보완할 사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노사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라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장관 지명 후 급작스러운 입장변화를 꼬집는 윤 의원의 서면질의에 이 후보자는 “과거 노동계에 몸담고 있던 시기와 현재의 우리 노동시장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면서 “노동계를 대변하던 입장과 고용부 장관으로서의 입장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된다면 노사관계에 대한 풍부한 현장경험 등을 토대로 노동계·경영계 뿐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면서 균형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윤 의원은 “노동시장 상황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정책 철학에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는데 후보자 인선 이후 답변을 보면 과거 후보자의 인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도 상당수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분명한 정책 철학과 가치로 고용노동부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적임자인지 청문회을 통해 면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