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당장은 통일보다는 평화에 중심을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22일(월) 저녁 민주평통 애틀랜타협의회(회장 김형률) 초청으로 애틀랜타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미국이 한반도에서도 “실용주의 노선”을 써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한반도 평화와 한국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북한과 한국 및 미국에 원하는 주문들을 말하겠다며, 북한에 대해서는 “핵을 가지고 빈곤과 고립을 가질지, 핵을 버리고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여러나라와 협력하는 단계적 비핵화의 길을 갈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을 쓰면 좋겠다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양극화되어 있는데, 가장 양극화된 것이 대북정책”이라며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껴도 흔들리지 않을 대합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해서만은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하고, 과거 미국 “네오콘의 대모”라 불리는 강경파 진 커크패트릭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대화한 이후 클린턴 행정부가 DJ에게 “당신이 운전석에 앉으라”는 말을 처음으로 꺼내게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 전 총리는 “(지도자가) 뭔가 준비됐으면 좋겠다. 한국에 대한 저의 바램이다. 좀 불안하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에 대해서는 칭찬과 주문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이 전 총리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을 때, 가장 먼저 한국 정부를 승인해 준 곳이 첫 째는 교황청이고 그 다음이 미국이라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한반도의 운명”이라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북한에 핵 위기 때마다 그걸 해소한 게 미국 덕분”이라면서도, 미국은 “대화는 하지만 기조는 제재와 압박”이라며 “짧은 대화, 긴 제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보고싶은 대로 상대를 봐선 제대로 안보인다”며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고, 붕괴론이나 경제제재 만능론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방법을 바꿔 (북한의) 고립을 풀어주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회의를 가졌을 당시 합의했던 조항들 중 첫 번째가 “북미관계 정상화”였다는 점을 지적한 이 전 총리는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 안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미국이 냉전시대에 전범국가인 독일과 손잡고 러시아를 견재하고, 90년대 베트남과 수교해 친미국가로 만들었던 점 등을 열거하면서 “그때마다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서도 실용주의 노선을 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전 총리의 강연회에는 브래드 라펜스퍼거(Brad Raffensperger,공화) 조지아주 국무장관이 참석해 축사하고, 조지아주 명예시민증을 이 전 총리에게 수여했다.
라펜스퍼거 장관은 한국이 미국과는 7번째 큰 교역국이고, 조지아주에만 기아, SK, 현대를 비롯해 130여개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은 아시아태평양의 중심 동맹이자 리더 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와 민주주의 아래 한국이 하나가 되는 날을 희망한다”고 축사했다.
조지아주 의회의 유일한 한인 의원인 샘 박(Sam Park,민주·101선거구) 주하원의원도 “우리 한인사회가 조지아에 강한 기초를 가지고 있다”며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한인들이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앞서 김형률 협의회장은 환영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대북정책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국 정치는 아직도 야만의 유산이 남아있다”며 “이런 유산은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홍기 애틀랜타한인회장은 “한국기업 투자가 가장 많은 동남부 지역은 해외동포와 한인들의 주요 관심지역이 되고 있다”면서 “동포들에게 관심은 남북통일과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평통 자문위원과 지역사회 인사들 및 주류사회 인사들을 포함해 150여명이 참석해 이 전 총리를 뜨겁게 환영했다.
한편, 이 전 총리는 애틀랜타에 자신이 처음 방문한 것이라고 밝히고, 방문하자마자 가장 먼저 킹 센터를 갔다며,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는 “도장 같은 무거움을 남기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1차 북핵 위기 때 직접 방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나 문제를 해결했던 점과, 그 만남을 성사시켜준 박한식 교수 등 3명이 애틀랜타를 생각할때 자신의 마음에 떠오르는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다음 날 어거스타에 거주하는 박한식 교수를 방문하고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한 담론을 나눌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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