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자국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려온 중국 자동차산업이 지난해에는 자동차 수출대수 세계 2위까지 올라섰다.
특히 과거 이란 등 정치적으로 가까운 나라를 위주로 수출이 이뤄졌던 것과 달리, 최근 중국차는 상품성과 가성비를 앞세워 유럽 시장 등으로 수출국을 넓히며 글로벌시장에서 점차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모습이다.
3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311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며 독일, 한국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수출국도 다변화됐다. 2016년 중국의 주요 자동차 수출국은 이란과 인도, 베트남 등 1인당 소득이 낮거나 정치적으로 가까운 곳을 위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에너지차를 필두로 수출국을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 상위국가 1위는 벨기에였고, 2위부터 5위까지는 각 칠레, 호주, 영국, 사우디로 나타났다. 중국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제조사들이 철수한 러시아 시장을 차지하며 점유율 30%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유럽 진출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상하이기차, 지리자동차, BYD 등 중국 주요 업체들은 중국 유럽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 중이다.
유럽 시장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의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해 말 기준 3만1829유로(4248만원)로, 유럽 전기차 5만5821유로(7451만원) 보다 낮았다. 지난해 12월 상하이기차와 지리자동차의 유럽 판매는 전년대비 각각 308%, 80% 늘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유럽 대중 브랜드시장은 가격 탄력성이 큰 C-세그먼트 이하로 구성된 특징이 있고, 현재 물가 상승 여파로 유럽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된 상황”이라며 “유럽에서 가격 경쟁력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자동차는 기술력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BYD, 장성기차 등의 유럽 모델은 유럽 신차 안정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하며 안정성을 입증했다. 문 연구위원은 “중국산 테슬라, SMW ix3 등 역수입으로 젊은 세대의 중국산 차량 인식이 개선된 것도 특징”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2030년 유럽 전기차 시장의 12.5~20% 가량을 중국 업체가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때문에 한국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차에게 밀리지 않기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전기차 품질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가격도 낮기 때문에 한국차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갈 수 있다”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등 외투기업의 국내 전기차 생산시설 유치 및 국내기업의 전기차 시설 투자 확대를 위한 전폭적인 인센티브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차로의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미래차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 및 노동 유연성 확보 등 국내 자동차산업 생산기반 및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통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출 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