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애도기간(5일) 종료를 앞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참사 앞에서 멈췄던 ‘정쟁’이 시작된 모습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책임을, 여당은 경찰에 책임을 물으며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됐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참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대형 참사 발생 원인을 두고 현 정부는 야당이 집권했던 전임 정부를, 야당은 현 정부를 겨냥하며 정쟁을 벌이는 것이다.
참사 이후 ‘사태수습’을 강조하며 정쟁을 중단했던 여야가 참사 당일 경찰에 접수된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 부터 신경전에 나섰다.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 당일, 사고가 일어나기 4시간여 전부터 참사 현장에서는 압사사고를 우려하는 112 신고 전화가 총 11차례 접수됐다. 경찰은 이 중 4차례만 현장에 출동했고, 나머지는 ‘미출동 종결처리’ 하면서 부실행정이 도마에 올랐다.
당장 야권은 정부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3일) “안일한 경찰 인력 배치, 112 신고 부실 대응, 늑장 보고, 민간 사찰 등 지금까지 나온 의혹만으로도 사유는 차고 넘친다”며 현 정부를 겨냥,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여권에서 띄운 여·야·정 공동 협의체 구성에 대해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권의 총체적 무능으로 인한 인재임이 명백해진 상황으로 조사대상인 정부에게 셀프 조사를 맡기기엔 국민 공분이 임계점을 넘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영순 민주당 의원은 “이태원 참사 애도 수습은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부터 시작돼야 한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건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라며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 결정을 환영한다. 국민의힘도 국민 애도 기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민주당에 힘을 보탰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찰과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서의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이른바 ‘검수완박법’을 고리로 전임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반격에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3일) “이태원 핼러윈 사고의 첫 번째 원인은 용산경찰서가 큰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라며 참사 원인으로 경찰을 지목했다.
또 “이태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민주당이 입법독재로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검찰은 이태원 사고를 수사할 수 없다”며 “대형사고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검수완박법을 개정하자. 국정조사보다 그게 먼저”라고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정부 시기 검수완박’의 입법 과정에서 경찰조직의 권한 확대에만 몰두하며 지난 정권에 밀착했던 일부 정치 경찰의 행태가 경찰 본연의 임무를 소홀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라며 검수완박 비판에 동참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정권 동안 경찰이 너무 정권과 밀착해 본연의 업무에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점도 아울러 말씀드린다”며 책임의 화살을 전 정권으로 돌렸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요구에는 “5일까지가 애도 기간이고 사태 수습이 우선인 점,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월요일(7일) 행안부 대상 긴급 현안 질의가 예정된 점을 고려하고, 또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서를 본 다음에 수용 여부라든지 범위나 시기를 판단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경 경찰청장 책임론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전날까지 나흘 연속 조문하는 과정에서 이 장관과 동행하는 등 이 장관을 여전히 신뢰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 반영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야 정쟁은 애도기간이 끝난 이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장 7일 예정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현안질의가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날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는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