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중원’에서 맞붙었다. 윤 후보는 ‘실용주의·실사주의’ 정신을 천명하면서 외연 확장 기조를 강화했고, 이 후보는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제 성장’ 공로를 치켜세우며 보수 표심 공략에 나섰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두 후보는 지난 주말 일제히 ‘중도 확장’에 방점을 찍은 행보에 집중했다. 윤석열 후보는 12일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끄는 새시대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국민의힘도 실사구시·실용주의 정당으로 확 바뀌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선대위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를 다 포함해 보수도, 진보도 아닌 오로지 국민을 위한 실사구시·실용주의 선대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3일에도 페이스북에 “국민의 삶, 공동체의 통합이라는 대의 앞에서 지역과 세대, 성(性)과 정파의 차이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실용주의를 재차 강조했다.
‘실용주의·실사구시’는 윤 후보가 대권행보 초기부터 내세운 국민통합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등 기성 여의도문법을 관통했던 진영 논리를 초월하는 ‘포용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방증하듯 새시대준비위는 당적(黨籍)과 관계없이 중도·진보 성향 인사를 두루 영입한다는 원칙을 내걸었다.
이재명 후보는 같은 기간 보수진영의 ‘본산’인 대구·경북(TK)을 공략했다. 그는 작심한듯 박정희·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의 공로를 재평가하며 보수층을 끌어안았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평소 성향에 더해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띄워 중도 표심을 잡는다는 계산이었다.
이 후보는 11일 경북 칠곡 다부동 전적 기념관에서 “전두환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역사적 죄인이지만 삼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는다”고 했다.
이튿날인 12일에는 박정희 정권의 상징적인 장소인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찾아 “산업화 단계에서 경부고속도로가 했던 역할, 산업화 기반을 확보하려 노력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통”이라며 “그분을 기린다기보다는 대대적 산업의 대전환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두 후보의 ‘중도 확장’ 경쟁은 일단 윤석열 후보가 고지를 선점한 모양새다. 윤 후보가 ‘실용주의·실사구시’ 슬로건으로 중도층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준 반면, 이 후보는 돌발적인 ‘전두환 발언’으로 자책골을 넣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여야의 엇갈린 반응에서도 나타난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전두환 발언’에 대해 십자포화를 쏟아냈지만, 민주당은 ‘이재명 감싸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에는 본인이 표의 확장성을 더 가져오지 못한다면 이번 선거에서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본다”며 “그런데 참 보기에 딱한 부분도 있다. 이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평가를 TK에서 한다고 TK 민심이 이재명 후보를 향하리라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6·11 전당대회 시기를 거론하면서 “지난 대구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고,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연설하고 저는 당 대표가 됐다”며 “단순히 평면적으로 이재명 후보같이 접근하는 것이 결코 표로 돌아 나오거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리스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매우 부적절하다”며 “내용적으로 국민의 지배적 여론이나 민주당의 기본가치에 반하고, 절차적으로도 너무 쉽게 왔다 갔다 말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야 어찌 되든 아무 상관 없다는 위험한 결과 지상주의에 너무 함몰된 것이 아닌지, 지역주의를 부추기거나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가 한둘이 아니다”며 신중한 태도를 촉구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영남을 너무 의식한 탓에 호남에 치명적인 발언을 했고, 상대적으로 윤 후보가 리스크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며 “전두환 발언으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호남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