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가 23일 사망한 것과 관련해 대학가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전씨의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왔지만, ‘학살자’ ‘독재자’란 부정 여론이 훨씬 컸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씨의 사망을 두고 학생들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뉘었다.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대학가에선 ‘학살·내란·반란자”라는 비판과 ‘공과 사가 분명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서울대 학부생 김지용씨(가명)는 “더 오래 연명하며 죽을 때까지 욕 먹다 가기를 기대했는데 이렇게 사과 한마디 없이 허망하게 가버렸다”며 “전두환에 대한 경멸은 자연인 전두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전두환을 추종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경멸”이라고 말했다 .
폭력의 가해자와 학살자로서의 전씨를 기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경제학부 19학번 권모씨는 “전두환은 국가폭력의 가해자다. 그의 죽음도 이 사실을 지울 수는 없다. 광주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는 이상 우리는 그것을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며 “전두환의 죽음을 다루는 이 시대의 태도는 투쟁의 연장선상에 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18학번 이모씨는 “전두환 사망에 대한 양당의 애도 입장은 거리와 광장, 일터의 사회운동을 배제하고 만들어진 제6공화국 양당 독점 정치의 폐쇄성을 보여준다”며 “학살자에 대해서도 일관적인 두 독점적 선택지 사이의 선택만을 강요해온 제6공화국은 청년 및 학생의 불안과 고통을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서울대 학부생 전상윤씨(가명)는 “유권자가 기대하는 보수의 미덕은 안정감에 있다. 그런데 탱크 사단을 이끌고 쿠데타를 해서 집권한 전두환을 재평가하는 것이 보수의 이미지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면서 “개인의 자유,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 지지자라면 경제성장과 평화적 정권 이양, 올림픽 개최는 전두환 개인이 아니라 ‘법’과 ‘국민 개개인’에 그 공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씨의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대 학부생 오상곤씨(가명)는 전 전 대통령에겐 △단임실천 △세계 경제성장률 1위 △물가 안정 △88올림픽 성공 개최 기틀 △한강 정비 등의 공이 있다면서, “당연히 전두환도 집권과정의 하자가 있고, 독재로 피해본 사람들이 있어 명암이 있지만 친북·페미니즘, 부동산 폭등, 공정시험 제도의 폐지 등으로 한국의 활력을 상실하게 만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못한 대통령인가”라고 주장했다.
경희대 학부생 윤준성씨(가명)도 “전씨가 5.18은 잘못했지만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했고 자기 사람들을 잘 챙겨서 말년을 잘 보냈다”고 했고, 또 다른 학생도 “5.18·독재·민주주의 후퇴는 과이지만, 엘리트 관료주의를 통한 발전·프로야구(KBO) 출범은 공”이라며 전씨를 재평가하자고 제안했다.
전씨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회고한 학생도 있었다. 한 중앙대 재학생은 “5년 전에 전두환 집을 지키는 의경이었는데 그때는 힘도 세고 굉장히 정정했는데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라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평소 보수 성향이 강한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비판론이 더 컸다.
서울대 에브리타임에는 “박정희도 아니고 전두환을 왜 찬양하나”거나 “죽는 날 눈 편하게 감고 싶어서라도 죽기 직전에 사과하고 싶었을 것 같은데 끝까지 그 한마디를 안하네” “죄값도 안 치르고 죽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재계 인사들에게 “군사정권이 정치는 50년, 경제는 100년 후퇴시켰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기사가 올라와 많은 추천을 받기도 했다.
중앙대 에브리타임에는 “전두환씨지 대통령이 아니고, 별세가 아니라 사망한 것이다. 자국민을 죽인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용서가 안 된다”고 했고, “박정희는 좋다고 해도 전두환은 일말의 동정심도 안 느껴진다”는 비판글이 올라왔다 .
경희대 에브리타임에서는 “오늘 순국한 연평도 포격전 용사들이 전두환 때문에 묻히네. 죽어서도 민폐”라고 했고, “다른 정치인을 두고는 의견이 나뉠 수 있지만 전두환을 이야기 할 때까지 한국 국민들이 반으로 나뉠 필요가 있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전씨는 23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유족은 전 전 대통령의 유언에 따라 화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은 가족이 미국에서 서울로 돌아온 후 가족장으로 치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