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책이 흔들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출 완화는 물론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까지 한 번씩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집값안정과 투기규제에 한목소리를 냈던 당정이 선거를 앞두고 ‘불협화음’과 ‘손질’이 잦아지면 투기수요의 기대감만 부추기는 꼴이 된다고 지적한다.
14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2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의 1년 유예를 당에 전달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후보는 “다주택자 양도세를 중과하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부과하는 바람에 6월로 유예기간이 끝난 상태에서 종부세 과다 부담이 부담되고 팔고 싶은데 양도세 중과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견해가 있는 것 같다”며 처분 시점에 따른 차등 완화를 당과 협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는 1가구1주택자 양도세 완화 결정 이후 잠깐 논의됐다. 하지만 청와대가 부동산시장 안정에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뒤 검토 자체에 선을 그은 주제다.
양도세 중과는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이기 때문이다.
실제 양도세 중과 제도 탓에 주거 목적 외에 투기목적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산 다주택자는 그동안 상승분 일부를 과세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테면 이익을 모두 차지할 수 있는 민간개발제도와 이익의 일부를 반드시 지자체에 납부해야 하는 민관합동개발과 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면 주택매각으로 급등한 집값상승분의 이익을 모두 차지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게 된다.
일각에선 ‘주택쇼핑’의 통로는 물론 감세 혜택까지 쥐여준 ‘민간임대사업자’ 제도의 패착을 재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회 관계자는 “최근에도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려고 독한 마음을 먹은 금융당국이 여당의 압박으로 계획에 없던 대출완화를 허용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돈다”며 “공식적인 이유는 국민 여론이지만 결국 표심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정책도 흔들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양도세 중과 완화를 반대하는 홍남기 부총리가 돌연 종부세 완화를 거론하는 것도 대내외 압박에 따른 ‘교환카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당이 압박하는 보유와 양도의 세금완화 중 보유세의 불만을 줄이고 세수가 많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는 사수한다는 논리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확정된 정책, 그것도 투기와 집값안정을 위한 핵심과세를 현시점에서 손질한다면 대부분의 유권자에겐 합리적인 정책이 아닌 주먹구구식 ‘정치행위’로 보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업계에서도 양도세나 보유세 부담을 낮춰도 현시점에선 집값안정 보단 투기수요의 기대감만 부추긴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가구1주택자의 양도세 완화 이후에도 완화 대상에서 나온 매물은 희소하다”며 “이미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데다 거래심리가 차갑게 식은 탓에 되레 양도세 제도를 완화하면서 대선 이후 부동산규제가 바뀔 것이란 기대감만 심어준 셈”이라고 전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주택상황에선 다주택자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도 투기에 유리한 정책변경의 기대감과 가능성만 열어주게 된다”며 “특히 부동산 투기와 규제를 위해 강화한 제도의 손질은 시기를 신중히 판단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새로운 투기호재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