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발표가 21일 권력 이양기 정국의 주요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용산 국방부 청사에 마련할 집무실에 입주할 계획을 공식화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졸속 추진’과 ‘안보 공백’ 등을 이유로 막아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구 권력 충돌에 또 하나의 뇌관이 더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전날(20일)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임기 시작일인 5월10일 취임식 후 바로 입주해 근무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전에 필요한 비용을 496억원으로 추산하고 현 정부에 예비비를 신청해 충당하는 방식으로, 취임 전까지 모든 이전 절차를 끝내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다소 성급하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윤 당선인은 취임 전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마무리짓지 않으면 역대 대통령과 같이 청와대 이전이 끝내 무산될 것이란 판단 하에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냈다.
아직 집권당이자 다수당인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발표에 국가안보와 예산, 법 위반 소지를 들어 반대 의지를 명확히 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하고,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졸속과 날림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결사의 자세’를 언급하고 “즉시 국방위와 운영위를 소집해 용산 집무실 이전의 문제점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당선인 신분으로 중앙부처에 이전을 요청하고 그 비용을 현 정부의 예비비 예산으로 충당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현직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재가 없는 일방적 국방부 이전 결정은 헌법과 국군조직법 위반”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직인수법상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이전에 소요되는 예산집행 권한은 없다”며 국가재정법 위반 및 직권남용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겨눴다.
반면 국민의힘 인사들은 SNS를 통해 “청와대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공동의 꿈이다. 본인들이 못다 이룬 꿈을 실현시키면 박수를 쳐도 모자랄 판에 훼방이 웬 말이냐”(하태경 의원)며 적극적인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윤 당선인의 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며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말뿐인 정치개혁 공약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겠다는 당선인의 진정성을 높게 평가해달라”고 호소했다.
가뜩이나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이 지연되면서 임기말 주요 인사권과 사면권 등을 둘러싼 신구 권력 충돌 사태가 불거진 상황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까지 더해지면 물러나는 여권과 차기 권력 간 힘겨루기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 문제로 신구 권력 충돌 및 여야 대치가 심화할 경우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위한 2차 추경, 정치개혁 입법 등 굵직한 당면 현안들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당장 조속한 이전 작업 착수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예비비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를 위해선 현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아직 선거 후 얼굴도 맞대지 못한 상태다.
청와대 이전 TF(태스크포스) 팀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실무선에서 교감이 많이 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다음 국무회의 때 예비비 승인이 의결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오는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르면 이번주 초 만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이 자리에서 집무실 이전에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지가 향후 권력 이양 정국의 경색 여부를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