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에서의 발언이 논란이 된 가운데 대통령실이 “짜깁기”, “왜곡”, “거짓”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야당이 총공세를 펴고 있는 상황에서 국면은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내 한 호텔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전날(21일) 발언은 야당이 주장하는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뒤 문을 나서면서 윤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모습이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공식 영상 카메라에 잡혔다.
‘이 XX들’은 미국 의회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고 해당 영상이 급격하게 확산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외교 참사 논란이 강하게 일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같은 주장이 짜깁기이자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해당 행사에서 저개발 국가 질병 퇴치를 위해 1억달러를 공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이 같은 기조를 꺾고 국제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같은 맥락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즉 김 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이고, 이 경우 ‘이 XX들’은 민주당, ‘쪽팔려서’의 주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된다.
그러면서도 김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적어도 ‘바이든’이 아니라는 부분에 대해선 저희가 확신을 갖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인지까지는 확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김 수석은 ‘대통령이 확인해준 것이냐’는 질문에 “이 말씀을 직접 하신분한테 확인하지 않고 ‘바이든’을 언급했는지 안했는지 말씀을 자신있게 드리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김 수석은 야당을 겨냥해 “결과적으로 어제 대한민국은 하루 아침에 70년 가까이 함께 한 동맹국가를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며 “순방외교는 국익을 위해 상대국과 총칼없는 전쟁을 치르는 곳이다. 그러나 한 발 더 내딛기도 전에 짜깁기, 왜곡으로 발목을 꺾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지 수용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외교활동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동맹을 이간하는 것이야 말로 국익자해행위”라며 “정파의 이익을 위해 국익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해당 발언이 알려진 직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아침 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대형 외교 사고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이어 막말 사고 외교로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크게 실추됐다. 대통령 스스로 대한민국 품격만 깎아내렸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도 윤 대통령의 ‘욕설 논란’으로 얼룩졌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해야 하느냐,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해야 하느냐”, “초유의 외교참사”, “국격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대통령실 해명이 진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이 XX들”이라고 지칭한 것이 되는 만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 수석은 ‘국회를 향해 욕설을 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입장이 나와야 할 것 같다’는 기자들 질문에 “보통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한 거친 표현에 대해 느끼시는 국민의 우려를 잘 듣고 알고 있다”며 “오늘 브리핑은, 이 사안에 대해서는 어제 여러번 검토하고 저희가 이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언론에 말씀드릴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